산업 바이오

발가락 근질근질… '그 놈'이 또 찾아왔다

■ 여름 불청객 무좀, 올바른 치료법은

50대 환자 4년새 26% 급증… 젊은 여성 발병률도 10% 달해

방치했다간 얼굴·몸 전염 위험

습진 연고 바르면 증상 악화 진료 후 항진균제 처방받아야

한 직장남성이 양말을 벗고 발바닥을 긁고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무좀이 발생하거나 재발하기 쉬운 만큼 발의 청결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경제DB


고온다습한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무좀의 경우 남들에게 말 못할 질환으로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증상 정도가 계절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만큼 치료를 소홀히 하기 쉬운 질환이기도 하다. 이런 무좀이 50대 중장년층에서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 2013년 연령별 무좀 환자 진료현황에 따르면 50대 무좀 환자 수는 57만명으로 전체 무좀 환자 수(252만명)의 22%에 달했다. 무좀 환자 5명 중 1명이 50대인 셈이다. 최근 5년간의 무좀 환자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50대 환자의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2009년 45만명이었던 50대 무좀 환자 수는 지난해 57만명으로 최근 4년 새 26%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무좀 환자 수는 44만명에서 39만명으로, 40대 무좀 환자 수는 56만명에서 52만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50대 무좀 환자 수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녀 환자 수가 각각 28만7,000명, 28만3,000명으로 거의 같았다.


이처럼 50대 무좀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재발이 잦은 무좀 질환의 특성과 생활습관이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은 "30~40대부터 무좀 발생이 증가하는데 이때 제대로 완치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고 재발이 잦게 되면서 무좀 치료에 더욱 적극적이게 되는 시기가 50대"라며 "젊은 시기에 무좀이 생겼던 전업주부들이 뒤늦게 치료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즉 30대 중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많아 이 시기에는 전업주부가 많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우고 나면 중년의 나이에 다시 재취업을 하는 게 요즘 추세다. 많은 경우가 하루 종일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에 재취업이 이뤄지면서 이 연령대의 신규 무좀 환자들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업주부들은 또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므로 무좀이 있어도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고 치료를 미룰 뿐 아니라 자가요법으로 이 방법 저 방법 써보다가 뒤늦게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염이 잘되는 무좀의 특성상 대중목욕탕과 찜질방·사우나·수영장 등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세대인 50대가 무좀 발생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남성의 질환이라 여겨지는 무좀이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무좀 환자 중 20~30대 여성환자 수는 24만명에 달해 무좀 환자 10명 중 1명이 젊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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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등 젊은 여성들이 즐겨 신는 신발처럼 앞이 뾰족할 경우 발가락을 매우 밀착시켜 발가락 사이로 통풍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발가락 무좀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덥고 습한 여름철 구두 안은 무좀균이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신발은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벗어두고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의 양말을 신고 발가락 사이를 깨끗이 씻은 후 드라이기 등으로 잘 말려줘야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무좀의 원인은 곰팡이균이다. 크게 '피부사상균'과 '칸디다'라는 특수한 곰팡이로 구분된다. 발바닥 무좀의 원인은 피부사상균이 많으며 발톱 무좀은 칸디다와 피부사상균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떤 균에 의해 무좀이 발생했는지 일반인은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병원에서 배양검사나 현미경 검사를 받은 후 적절한 치료 약제를 선택해야 치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무좀균은 형태와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데 무좀은 방치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2차 감염 위험도 높아지므로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항진균제 연고를 꾸준히 바르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먹는 항진균제의 처방이 필요한 경우는 2~3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으므로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면서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또 고령이나 동반질환 때문에 장기적으로 항진균제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도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항진균제를 통해 호전이 됐더라도 나중에 재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발에 생기는 것만을 무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과 손은 물론이고 사타구니 주변의 완선, 손톱과 발톱에 생기는 조갑백선, 머리에 생기는 두부백선, 얼굴에 생기는 안면백선, 몸통에 생기는 체부백선 등도 무좀균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 중 얼굴에 생기는 무좀인 안면백선을 습진으로 착각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이 많다. 안면백선은 처음에는 대개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피부질환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발에 무좀 있는 사람이 발을 만지던 손으로 얼굴을 만지거나, 피부사상균에 감염된 애완동물과 접촉하면 걸린다. 따라서 족부백선 환자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얼굴에 홍반이 나타나면 피부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안면백선 여부는 병원을 찾아 병변에 있는 세포를 긁어내 균을 감별하는 KOH 도말 진균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검사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된다.

일부에서는 안면백선을 습진으로 알고 임의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일시적으로 증상이 사라지지만 균은 완전히 죽지 않은 채 스테로이드로 인해 성질이 더 강해져 2~3주가 지나면 증상이 전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반드시 피부과에서 항진균 연고를 처방 받아 바르는 것이 좋다.

무좀만큼 민간요법이 많은 병도 없다. 물에 레몬이나 식초를 타서 발을 담그거나 가려운 부위에 마늘을 찧어 붙이는 등의 민간요법이 성행한다. 그러나 민간요법은 증상을 악화시킬 뿐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준 원장은 "민간요법 부작용으로 심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발가락이 썩어들어가는 괴사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전문 의약품이 아닌 민간요법으로 무좀을 없애는 일은 쉽지 않으므로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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