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중에 통상압력 강화/“중 WTO가입 앞서 무역장벽 낮춰야”

◎APEC서… 대중 무역적자 급증 여파【뉴욕=김인영 특파원】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이후 얼어붙었던 미·중관계가 풀릴 것인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차 마닐라를 방문중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상대국가를 서로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클린턴의 중국방문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지난 89년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정치·외교 면에서 냉냉했던 양국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미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과 강택민의 만남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및 시장 개방, 미국의 대중무역적자 축소등 통상현안에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정치적으로는 해빙의 미소를 지었지만 경제실리에서는 두터운 얼음장이 한치도 녹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마닐라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각료들은 중국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은 『중국의 무역당국은 높은 보호막을 치고 있다』면서 무역장벽을 낮출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댄 글릭맨 농무부장관도 『중국이 자유무역주의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WTO에 가입할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클린턴의 마닐라 방문에 앞서 중국을 방문했던 워런 크리스토퍼 외무장관이 미중관계의 해빙을 유도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처럼 클린턴 행정부가 중국의 WTO 가입을 집요하게 걸고 넘어지는 것은 올들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한이래 지난 8월과 9월 두달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27% 감소한 반면 대중국 교역에서는 14%나 늘어났다. 따라서 미행정부가 중국을 늘어나는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인식, 지금까지 일본을 타깃으로 했던 통상공세의 방향이 중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있은 미·중 지적재산권 협상 이후에도 양국간 통상마찰은 지속돼왔다. 지난 9월 클린턴 행정부는 제3국을 거쳐 들어온 중국산 섬유류에 대해 쿼터 규정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1천9백만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정부는 미국산 밀에 병균이 있다는 이유로 통관을 보류시켰다. 통상문제 이외에도 중국의 인권문제, 대만에 대한 미사일 공격,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한 무기 및 무기제조기술 판매 등으로 양국은 팽팽히 맞서왔다. APEC 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지도자들이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한다고 해도 그것은 선언적 의미에 지나지 않고,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전제로 구체적인 시장개방 일정을 중국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해분위기에도 불구, 미·중 무역마찰은 미국의 대중무역적자가 확대되는 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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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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