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TA시대와 우리의 대응(사설)

얼마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정보통신 서비스분야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그중 정보기술협정(ITA)의 타결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 하이테크 산업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이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시급하게 되었다.21세기 최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정보통신 서비스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려는 미국은 일찍부터 이 분야의 시장개방에 열을 올렸고 그같은 미국의 의도대로 ITA는 정리되었다. 그 주요내용은 2000년까지 정보기술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철폐하고 회원국들은 나라별 관세철폐 리스트와 실시계획을 97년 3월1일까지 다른 회원국에 제시,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할 경우 97년7월, 98년1월, 99년1월, 2000년1월등 4단계를 원칙으로 하며 삭감폭은 매년 일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부문에서 예외품목이 필요한 국가는 회원국들과의 교섭을 통해 동의를 얻고 최종적인 품목리스트와 실시계획을 97년4월중 WTO사무국에 제출키로 했다. 이같은 합의내용이 정보통신업계에 미칠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통상정책 첫째,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관세에 의한 정부의 무역개입을 봉쇄함으로써 미기업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른바 미국의 전략적 통상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가속화할 기술혁신 둘째, 반도체 영상표시기 등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이 세계적인 규모로 가속화될 것이다. 반도체의 무관세화는 경쟁을 촉진시켜 기술적 우위를 갖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의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셋째, 부품가격 인하로 최종제품가격이 하락, 그 결과 수요증대에 따른 생산확대·고용증대·지속적인 경제성장 등이 기대된다. 넷째, 모든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분야의 시장이 넓어짐에 따라 가일층 기술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국가차원의 거시경제적 충격뿐만 아니라 기업레벨에서도 종전과는 전혀 다른 경영전략의 수립이 불가결하게 되었다. 우선 선진국 중 정보통신 관련 부품의 관세가 가장 높았던 유럽연합(EU)이 관세를 내림으로써 이 분야의 대EU 직접투자에 대한 매력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생산비와 골치 아픈 노조를 피해 임금이 싸고 노사분규가 적은 아시아 국가들이 인기를 끌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국가들의 정보통신분야 투자유치 노력이 과거보다 적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노동관계법 개정과 산업활동 규제철폐 등 여건을 정비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경영전략 수정돼야 또한 첨단분야의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도 경쟁은 불을 뿜고 있지만 관세장벽의 철폐는 명실공히 세계시장의 단일화를 의미하는 만큼 기업간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분야의 기술 발달은 인류전체로 보면 정보화사회의 조기정착이라는 면에서 반가운 일이나 국가와 기업은 입장이 다르다. 기업의 글로벌경영 전략도 빠르게 바뀔 것이다. 과거에는 높은 관세장벽을 넘기 위해 해외투자를 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 때문에 경영전략도 상황변화에 맞게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반도체를 부품으로 하는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기기 등 조립산업에서 국제조달을 어떻게 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부품조달 비용의 감소는 제품가격의 인하를 가져와 정보화사회 정착에 기여하게 된다. 무한경쟁을 가속화할 ITA타결을 보면서 하루속히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해소하고 노사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