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세상

■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크리스 레만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미국에서 계급 특권에 대한 인식은 가톨릭학교가 섹스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과 상당히 비슷하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애당초 없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그것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이렇게 책을 시작한다. 계급과 빈부 격차는 유사 이래 늘 존재해 왔다. 그나마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희망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마저 요원하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부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사회 시스템을 조종하며, 신분 상승 자체를 시도할 수 없도록 우리를 세뇌시키기 때문에 이 같은 계층 간 분리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이처럼 '계급사회'를 공고히 하는 우리 주변의 현상을 낱낱이 파헤치며 불편한 진실의 메커니즘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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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여준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 세뇌에 대한 의식이 숨어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돈에 좌우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비리에서 스포츠 정신의 공정 경쟁을 찾아볼 수 있는지 반문한다. 이 외에도 국민들의 세금을 털어 오히려 가진 자들에게 더 많이 주게 되는 '부실 자산구제 프로그램'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지는 저자는 기존 시스템이 부자를 더욱 살찌우는 현실을 지적한다. 정치는 물론 교육제도, 언론, 종교, 미술과 대중문화까지도 저자는 조소를 퍼붓는다.

'부자 족속들'로 번역되는 원제'Rich People Things'에서도 부자에 대한 저자의 분노가 감지되지만 아쉬운 점은 저자가 책의 마지막까지 어떤 해결방안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 책은 그 어떤 해법도 모색하지 않지만 가지지 못한 99%가 깨닫게 될 새로운 사고방식과 변화를 위한 동기를 강하게 자극한다. 1만3,8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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