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3월 25일] 美 증시 떠날때 되었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한 데 이어 베어스턴스 등 미 투자은행(IB)의 부실이 전 세계 투자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단지 미국이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미국의 ‘기침’에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경제가 ‘몸살’을 앓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파장이 단순한 경제지표나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투자자의 주머니까지 넘보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펀드투자자라 할 수 있다. 펀드에 몰린 국내 자산운용 자금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선 지도 오래다. 대다수 국민이 한두 개 이상의 펀드에 가입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월급통장에서 일정 부분 빠져나가는 적립식 펀드를 비롯해 예금을 해지하거나 금융대출을 받아 펀드에 묻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돈을 알차게 벌어달라는 의미에서 수수료까지 미리 떼고 투자한 펀드가 계속 손실을 낸다면 투자자가 밤잠을 설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것도 멀고 먼 미국의 투자금융기관의 부실여파로 애써 투자한 자신의 자산이 여름날 아이스크림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면 말이다. 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15%대에서 많게는 20% 이상 손실을 기록한 펀드가 적지 않다. 물론 대세가 그러니 낸들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수수료만 챙기고 손실에는 대세만을 운운한다면 자산운용사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장님이 눈 감고 투자해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금융주가 주가하락을 유도했지만 경기회복 때 주가상승을 이끄는 것도 금융주”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그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자원 하나 없이 땅덩어리도 작고 인구만 많은 한국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만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현대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핸드폰과 TV, 냉장고 등 수많은 전자제품과 자동차ㆍ조선ㆍ철강ㆍ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을 생산ㆍ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경제규모에 비해 그 시장장악력이 부실하기 그지없다. 한국이 IMF사태를 조기에 벗어나게 된 것은 수입에 비해 수출이 늘어나면서 외환 유동성이 풍부해진 탓이다. 기업의 성패도 마찬가지다. 매출보다 지출이 많으면 오래 버틸 수 없다. 미국은 거대한 경제대국이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의 생산성이 낮다.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크고 가계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 미국 전지역 어디를 다녀도 공장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다수 근로인력도 단순서비스나 전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가 대부분이다. 뭔가 정체돼 있다는 것은 짧은 여행으로도 느낄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안정적이고 수익이 확실한 물권을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만큼 투자물권에 대한 기본적 조사ㆍ분석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흐름을 직시하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미국경제를 피부로 접한 사람이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예견된 것이었으며 미국 금융기관 부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도 기본 상식이다. 그렇다면 ‘미국경제는 끝난 것인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경제 규모나 허울뿐인 브랜드 가치만 보고 투자하기엔 거품이 너무 많아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단순한 경제지표나 투자물권의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는 얘기다. 눈 뜨고 투자한 것인지 눈 감고 투자한 것인지는 실적이 말해준다. 먼 나라의 한 금융투자회사의 부실로 자신의 재산이 줄어드는 속 타는 투자자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투자하려는 국가나 해당기업에 최소한 10번 정도는 가본 후에 투자하라는 권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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