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농산물 생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3일 밝혔다. 첨단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한국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려던 야심 찬 시도가 결국 '대기업이 농업에까지 진출한다'는 농민의 거센 반발에 막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날 동부팜한농은 계열사인 동부팜이 충청남도 논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4㏊ 규모의 유리온실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부팜한농은 동부팜의 대주주인 논산시와 협의를 통해 온실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동부팜한농은 지난 2010년 사업자로 선정된 새만금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기본 방침을 정했다. 동부팜한농은 새만금 간척지에 첨단 유리온실 등 대규모 복합영농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새만금 사업은 현재 기반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논산 유리온실 매각과 새만금 사업 불참은 동부팜한농이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화옹간척지에 건설한 유리온실을 매각하기로 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이로써 동부는 해외 시장 개척과 농업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추진해온 영농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초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힌 대로 조속히 화옹 유리온실을 매각하고 다른 영농 사업에서도 손을 떼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초 동부팜한농은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을 통해 총 467억원을 들여 화옹간척지에 아시아 최대인 총 15㏊ 규모의 첨단유리온실단지를 2012년 말 완공했다. 이 단지는 정부가 수출농업 활성화 및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첨단유리온실 조성 시범사업에 따라 추진됐다. 동부팜한농은 이곳에서 생산한 토마토의 9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농민단체가 대기업의 영농사업 진출로 영세 농민들의 판로가 막힌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농민들의 반대는 동부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동부 측은 화옹 유리온실에서 생산한 토마토는 국내에 유통되는 토마토와 품종이 다르고 국내 시장에는 절대 유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농민단체들은 믿을 수 없다며 반대를 이어갔다. 게다가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논란이 농업 분야로 확산되고 반기업정서가 거세지면서 동부는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결국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3월 화옹 유리온실 사업 중단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말 농업인 생산단체 연합인 화성그린팜에 화옹 유리온실 자산과 온실 지분 전량을 총 3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금 350억원 중 초기 인수대금으로 15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6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다. 현재 화성그린팜 측에서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자금 문제 등으로 공식 매각 발표는 지연되고 있다.
화옹 유리온실에 이어 매각을 결정한 논산 유리온실은 2011년 말 동부팜한농이 논산시 시군유통회사인 팜슨을 인수, 동부팜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벌여온 사업이다. 동부팜에는 논산시와 농업인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화옹 유리온실 이슈가 불거지자 동부의 논산 유리온실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새만금 사업 역시 같은 이유로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난해 기업 영농 참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도 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부팜한농의 영농사업 완전 철수 결정은 비료·종자·작물보호제 등 기존 주력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측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민이 주요 고객인 동부팜한농 입장에서 유리온실 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지속되면 비료·종자 등의 영업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이번에 완전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