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1일] 고유가의 고통 여전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국내 정유사들의 3ㆍ4분기 수출이 꽤 좋았다. 특히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지난 7, 8월 각각 1,130만배럴, 1,261만배럴을 수출하며 월간 수출 기록을 두 달 연속 갈아치웠다. 덕분에 3ㆍ4분기 실적도 매출 13조원에 영업이익 3,500억원과 2,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의 수출 호조는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국제유가가 고점 대비 40%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폭등 등의 이유로 아직 초고유가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는 내수용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국제가격에 연동해 결정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고 호소할 때마다 “사실상 완전 경쟁 상태인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어떻게 더 내리느냐”는 논리로 대응한다. 심한 경우에는 “자꾸 그러면 수출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유사들의 ‘배짱’은 속이 들여다보인다. 정유사들은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국내 영업에 종사하는 인원구조를 갖췄다. 정유사에 내수시장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방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유공장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공장을 100% 가동할 때 가장 높은 효율이 나온다. 그러려면 안정적인 판로가 반드시 필요한데 내수시장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인 시장이다. 반면 국제시장은 단돈 1센트에 수백만배럴의 주문이 왔다갔다하는 곳이라 상대적으로 불안한 시장이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내수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시세 연동’이라는 장치 뒤에 숨어 ‘비가격적 경쟁’만 한다는 점이다. 각종 포인트 혜택, 신용카드 혜택, 도우미 서비스, 세차 및 음료수, 각종 대박 경품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는 많아도 ‘싸게 팔겠으니 많이 이용해달라’는 정유사는 거의 없다.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회의원들은 CEO들에게 “왜 폭리를 취하느냐”고 논리 부족한 호통만 칠 게 아니라 정유사들이 기름값에 붙은 거품을 빼고 가격 경쟁을 할 생각은 없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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