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파업유도' 파문 이후

孫光植(언론인)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 이치는 인체도 조직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이정도에 이르면 검찰의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이 아닐 것 같다. 지난번 대전 이종기 변호사 사건 때도 그렇고 밍크 털옷 사건 때도 그렇고 연이은 「파업유도」발언 파문으로 검찰은 쑥대밭이 되었다. 집중적으로 사회적 공격 목표가 되었으니 아마도 조직의 스트레스 지수는 극에 달해 있을듯 싶다. 『깎을래야 더 깎아 낼 뼈도 안남았다』는 어떤 칼럼자의 표현처럼 환골탈태란 말 자체도 이젠 스테레오 타입으로 들릴 지경이다. 2년전 한 기업가는 당시 한보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의 태도를 공격하면서 「마피아의 총대로 만든 잣대」라고 비판 광고를 신문에 개제한 적이 있다. 『다시 태어나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으니 그 소리 조차도 피로도를 극에 달하게 하고 있음직 하다. 지난번 심재륜 전 대구 고검장의 발언 파문이나 이번 진형구 전 공안부장의 취중발언이 빚은 「파업유도」파문도 따지고 보면 이 조직의 피로가 터져 나온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기야 두 사람의 발언 스탠스가 한 사람은 퇴출자의 입장에서, 또 한 사람은 승진진입자의 입장이라는 상이성이 있으나 심각한 발병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젠 자세를 가다듬고 거듭나는 정신을 강조해 보았자 그 한계를 지났다고 보아야 한다. 권력구조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검찰청 문패를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임명하고 그 우산 속에서라야 법을 재단할 수 있는 체제와 관행으로는 환골도 탈태도 기대난이다. 이번 파문으로 DJ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이 하나 있다. 노동문제이다. 정치공작에 의해 조폐공사 조폐창 문제가 그렇게 되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이너써클에서는 공직자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발설한」죄 정도로 치부할지 모르나 사회적 감성은 도덕성 신뢰성에서 깊은 회의와 혼란에 빠져 있다. 「짜고 치는 고 스톱」이라도 그것이 발각되었을 때 파문은 간단치가 않다. 판이 깨진다. IMF이후 엄청난 퇴출에 꼼짝 못했던 것은 사태 이후 국민의 노동운동을 보는 눈이 바뀐 데 있었다. 이른바 대처리즘의 풍미였다. 대처리즘이 퇴장할 지도 모르는 사회적 흐름이 진짜로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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