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40대는 가정을 이뤄 육아부터 교육까지 가장 많은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다. 사회적으로는 직장에서 과장ㆍ부장 등 중책의 역할을 맡기 시작한다. 그 때문인지 40대 가구는 월 최소 생활비가 292만원으로 50대보다 더 많다.
이념적으로 40대는 낀 세대이자 세대 안에서도 생각이 갈리는 나이이기도 하다. 40대 중후반인 80년대 학번은 70년대 유신이나 80년대 초의 서울의 봄을 겪지 않았다. 40대 초반은 또 다르다. 90년대 학번인 이들은 신세대 열풍에 휩싸였고 80년대 후반의 학번과 달리 학생운동의 경험도 얕다. 이 같은 40대의 스펙트럼 탓인지 이번 설문에서 40대는 다른 세대보다 두드러진 모습이 감지됐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대한민국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의 불안이 여실히 나타났다. 정치ㆍ경제ㆍ사회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며 일자리 안정을 가장 원했다. 복지 재원은 부자에게 걷자고 주장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각 분야가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40대는 전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비율인 71.9%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 하는 40대인 만큼 대한민국 시스템에 대한 문제인식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회(35.8%)를 가장 불투명한 곳으로 지적했고 사법부(14.2%)와 재계(13.2%)가 그 뒤라고 꼽았다. 학부모가 많은 40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두자릿수 이상이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40대가 생각하는 해결 주체는 행정부다. 이들은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깨끗한 국회에 이어 투명한 행정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세대보다 행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 40대 응답자는 가장 많은 수(30.4%)가 경제 시스템에서 관치(官治)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애 주기로 볼 때 소득이 정점에 오르는 나이지만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가장 거세게 반대(58.8%)했다.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높았지만 부가가치세 인상이나 사회복지세 신설 등 자신에게 돌아올 부담에 대해 다른 세대보다 부정적이었다.
40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민생 정책은 일자리다. 이들은 중산층 복원을 위해 일자리 창출(42.6%),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등 고용 안전망 확충(16%)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직장에서 '명퇴'의 위기감을 처음 느끼는 나이인 만큼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기를 누구보다 소망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