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외국인 시장 농락 제동·금융-실물 불균형도 조기 차단

■ 과도한 外人자금 유입 손본다<br>선물환포지션제 앞두고 발표 "환율조작" 비판 안받고<br>시장개입 효과 노려 외국인에 경고 메시지도<br>당초 6개 외국환 은행서 효과극대화 위해 대상 확대<br>中 채권매입자금 언제든 '썰물' 외화유동성 규제 확대도 검토를


밀려드는 달러자금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숨죽이던 외환 당국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약(弱) 달러에 따른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우리 금융시장을 심하게 왜곡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당국이 뚜렷한 정책을 구사하지 못할 것으로 본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놀이터로 여기는 행태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외인 자금 유입으로 금융시장이 과잉 팽창하는 반면, 실물경제는 내리막을 걸으면서 금융과 실물간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를 두고 볼 경우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무차별적인 외인 자본 유입 우회 차단= 당국은 깊은 고민을 해 왔다. 달러 캐리로 상징되는 외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채권 금리는 미끄럼을 타고 원화 가치는 계속 올라가는데 정작 내놓을 정책은 없었던 탓이다. 실제로 올 들어 외국인이 주식ㆍ채권시장에서 사들인 금액만 70조원에 이르면서 우리 시장을 사실상 '농락'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환시장에 함부로 개입할 수도 없었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외인의 힘에 눌려 시중금리는 오히려 역방향을 타면서 통화 정책의 실효성을 잃었다.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원화 강세로 외인 자금의 유입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이런 한계 속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검사권'이다. 명분도 그럴 듯하다. 지난 6월 발표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가운데, 외국환 은행의 선물환포지션제도가 석달의 유예기간을 거쳐 9일부터 시행되는데, 이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환율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고도 시장 개입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타이밍도 최적의 순간을 잡았다. 환율이 1,120원대까지 급락하자, 실제 검사에 나가기도 전에 특별검사 사실을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해 하락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 핵심 당국자는 "(투기 행태를 하는)외국인들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부수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나= 당국은 당초 6개 외국환은행을 검사 대상으로 삼았다. 1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한은과 금감원이 두차례로 나눠 4곳을 보고, 이어 11월 중 금감원이 단독으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검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표 후 검사 대상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집중 타깃은 외은지점이다. 선물포지션비율이 자기자본에 비해 100% 이상인 4개 외은 지점이 최우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을 통해 환율 하락을 이끌고 있는 역외투자자와 그들의 거래 목적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이 주요 점검 사항을 얘기하면서 외은 지점의 채권투자를 꼭 집어 못박은 것에 주목할만하다. 지점이 투자를 하면서도 겉으로만 해외본점이 거래하는 식으로 우회거래를 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이 외인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약발 있을까…추가 대책은= 당국의 조치는 일단은 효과를 봤다. 검사 발표에 따라 달러 매수 심리가 일면서 환율이 많이 올라갔다. 하지만 달러 약세가 계속 이어지는 시점에서 근원처방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2008년 9월처럼 외인은 언제라도 썰물을 이룰 수 있다. 최근 우리 채권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중국 자금이 언제 변덕을 부릴지도 모를 일이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의 지적처럼, 외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고 특히 중국이 국채를 팔고 나갈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시급하다. 차제에 국내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는 외화 유동성 규제를 외은지점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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