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연장 13회 대타로 나선 최준석과 오재원의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4차전에서 내리 1점차 승부로 2승씩을 나눴던 두 팀은 이날도 연장 혈투를 벌였다. 5경기 중 세 차례가 연장 승부였다. 지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두산은 이날 8대5 승리로 3년 만에 기적을 다시 썼다.
9회 말 2사까지 3대0으로 앞서다 박병호에게 3점 홈런을 맞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히 넥센 쪽으로 넘어간 듯했다. 하지만 승부는 한 번 더 요동쳤다. 3대3이던 연장 13회 초 1번 타자 이종욱 대신 들어간 대타 최준석이 넥센의 바뀐 투수 강윤구의 빠른 공을 두들겨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9회 2사 1ㆍ2루에서 넥센 박병호가 쳤던 홈런과 비거리가 같은 125m짜리 대형 홈런. 기세가 오른 두산은 민병헌의 2루타로 1점을 보태더니 계속된 찬스에서 오재원이 3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8대5로 이겼다. 13회 말 나온 이택근의 2점 홈런은 늦은 감이 있었다.
2패 뒤 3연승으로 기적을 쓴 '미러클 두산'의 다음 상대는 '한 지붕 라이벌' LG.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LG와 상승세의 두산은 16일부터 5전3승으로 한국시리즈행을 다툰다.
◇홈런, 홈런, 홈런, 또 홈런=두산 6번 타자 이원석은 오재일과 홍성흔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4회 무사 1ㆍ2루에서 상대 선발 브랜던 나이트의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115m짜리 좌월 3점 홈런을 뿜었다. 이날의 결승 홈런이 될 뻔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두산 선발 유희관의 7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이원석의 개인통산 포스트시즌 첫 홈런은 넥센 박병호가 지워버렸다. 9회 2사 1ㆍ2루에서 2볼 뒤 3구째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 뒤 백스크린을 맞힌 것. 1차전 1점 홈런 뒤 부진에 빠졌던 2년 연속 홈런ㆍ타점왕 박병호는 탈락이 눈앞이던 넥센을 살려내며 목동구장 홈 팬들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승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무리 손승락의 호투로 연장에서 3대3 승부를 계속 이어가던 넥센은 손승락이 바뀌자마자 재앙을 맞았다. 5번째 투수 강윤구가 최준석과의 승부에서 3볼1스트라이크로 몰리다 결국 한 방을 얻어맞은 것. 손승락이 4이닝 동안 무려 64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타선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오재원은 이정훈을 상대로 쐐기 3점포를 뿜었다.
◇웃음짓는 LG=기록적 혈투를 거친 두산은 15일 하루를 쉬고 바로 LG를 상대해야 한다. 특히 5차전은 약 5시간의 마라톤 승부였다. 플레이오프에선 익숙한 잠실구장에만 머무는 게 위안이지만 푹 쉬고 나오는 LG는 여간 부담스러운 상대가 아니다. 두산과 LG는 정규시즌 전적 8승8패로 팽팽히 맞섰다. 가장 최근 대결인 지난 5일 경기에서는 LG가 5대2로 역전승했다. 이날 이긴 LG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가시밭길을 거쳐야 했다.
역대로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끝에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팀은 전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의 두산도 그랬다. 롯데에 2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지만 삼성에 2승3패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