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규모가 6조달러(2013년 기준)에 달합니다. 전 세계가 시장선점에 혈안이 돼 있는데 한국만 뒤처지는 거 같습니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고위관계자는 20일 IT와 의료를 융합한 헬스케어(스마트 헬스케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꼽히며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만 이 흐름에서 낙오되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 IT 발전 등으로 미래에 우리를 먹여 살릴 대표 융복합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의료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논의 및 시도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손잡고 설립한 합작회사 '헬스커넥트'는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논란에 막혀 출발조차 못하고 있다. IT와 의료 융합을 시도했지만 서울대병원 노조 측은 헬스커넥트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로 보고 SK텔레콤이 환자 정보를 무단 수집할 수 있다며 총파업까지 벌이고 있다. 더 나아가 곧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KT도 세브란스병원과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에 막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료와 IT 융합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원격진료도 이익집단 간 의견대립으로 지지부진하다. 의료민영화라는 반대에 부딪혀 정부는 시범사업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원격진료가 발도 떼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원격진료 게이트 솔루션, U헬스케어 통신 모듈, 진단기기 등 의료와 융합할 수 있는 IT를 확보하고도 낡은 제도와 의료 민영화, 이익집단의 반발 등 여러 장벽에 막혀 적극적인 개발이 힘든 상황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플런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6조1,500억달러(2013년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은 97조1,000억원(약 950억달러)으로 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계 헬스케어 산업은 향후 연평균 12~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정부 및 기업들이 IT와 의료 융합을 통한 헬스케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도 제대로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외국 기업들의 헬스케어 상품 및 서비스가 소리소문없이 한국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한국의 헬스케어가 현재 '의료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규제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