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당국 느슨해진 관리 틈타 대출 확대 급격히 조일땐 가계 자금난 올수도

■다시 도지는 '빚 불감증'<br>은행들 영업 목표 맞추려 공격적인 대출 전략 구사<br>주택 관련 집단대출 많아 총량 관리땐 부작용 심각



가계대출 증가를 경고하는 금융 당국의 데시벨이 낮아진 틈을 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신용공여까지 늘었다. 이쯤 되면 만성적인 '빚 불감증'이 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완전히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중 상당 부분은 실수요 대출로 보인다. 집단대출 등 여신이 예정돼 있던 항목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다시 낮아진 요인도 있다. 더불어 늘어난 대출을 다시 관리하기 위해 은행들이 지난 8~9월처럼 대출을 급작스럽게 줄일 경우 연말에 대출을 못해 아우성을 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샤워실의 바보' 이론이다. 뜨거운 물이 나오자 샤워기를 급작스럽게 찬물로 돌려 부작용이 나오는 형국이다. ◇느슨해진 대출 관리=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달보다 다시 증가세가 커진 것이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걱정이 앞서지만 증가 요인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주택 관련 집단대출이 많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10월의 경우 전세 수요 같은 계절적인 요인이 있어 전세자금대출 등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또 대출이 예정돼 있던 집단대출이 집행된 것도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대출이 다시 늘기는 했지만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월 들어서는 필요한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했다"며 "평소 수준으로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추이를 보면 8월에 부분적으로 대출중단을 했던 우리와 신한은 10월에 각각 3,890억원, 3,311억원 대출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던 국민은 6,820억원이나 늘어났다. 당시 신한(1.1%)과 하나(0.8%), 우리(0.7%) 등은 7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정부의 월별 가계대출 증가목표치인 0.6%를 웃돌았지만 국민은 이를 하회했다. 하지만 당국의 고삐가 느슨해진 틈을 타 은행들이 영업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다시 공격적인 대출 전략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풍선효과 계속 나타나=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는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나는가 하면 저축은행도 최근 개인신용대출을 늘리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최근 열흘 만에 3,461억원이 불어나는 등 여기저기서 가계빚이 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개인신용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취급 기준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에 보냈을 정도다. 농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06조3,224억원이었던 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 113조3,586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협도 같은 기간 19조8,959억원에서 21조9,962억원으로 가계대출이 늘었고 새마을금고도 28조5,668억원에서 32조747억원으로 불어났다. ◇가계대출 다시 급격한 브레이크 우려=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10월에 대출이 크게 늘어난 곳은 대출 증가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총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대출 고삐를 다시 조일 것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에 총량 관리에 들어갈 경우 예상보다 극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출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조절을 제대로 못해 급격하게 줄일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은행 스스로 속도 조절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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