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더불어 사는 지혜 '상생경영'

오래된 이야기 한 번 해봐야겠다. 고리 원전 1호기 공사현장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32~ 33년은 족히 지난 듯 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기술자들과 일할 당시 자본ㆍ기술ㆍ경험이 없다 보니 우리가 발주한 사업이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음에도 핵심기술에는 접근할 수 없었고, 괄시 속에 그들의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야만 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 1978년 7월 역사적인 준공식을 거행, 원전시대를 개막하게 됐다. 박목월 시인은 ‘원자력발전에 의한 최초의 불이 켜지고 보람찬 역사를 창조하려는 겨레의 굳은 의지는 끝내 평화통일을 이룩, 북녘 땅까지 환하게 불 밝힐 것’이라는 기념 시귀를 읊기까지 했다. 그렇게 탄생한 고리 1호기가 가동한 지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지난해 말 우리는 준공식 이후 또 다시 가장 값진 쾌거를 이뤘다. 다름 아닌 지역주민들과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설계수명에 도달한 고리 1호기의 10년 계속운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철저한 안전성이 전제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은 없을 터이고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할 때 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계속운전을 앞두고 한 때 지역주민들과 갈등과 대립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계속된 협의과정과 설득으로 지역주민들도 개인의 욕심이 아닌, 상생이나 지역의 공동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바로 이런 한껏 성숙된 시민정신이 일촉즉발의 위기로까지 치닫던 갈등을 가장 원만하게 효과적으로 해결하게 된 원천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상생(win-win)경영’이란 말 그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다. 이번 사례에서 우리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점을 찾았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는 기후변화 협약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를 확보, 국가자산의 효율적 활용에 크게 기여하게 됐다. 주민들은 상생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지역발전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다른 국책사업 갈등해결의 선례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는 발전소가 있는 지역사회가 발전해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상생경영의 원리를 다시금 인식,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방침이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과 더욱 성숙된 동반성장을 도모함과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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