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금리 딜레마'

【뉴욕=김인영 특파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본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미국 중앙은행은 앞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아니면 인하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미국 경제만을 놓고 보면 경기과열 조짐이 나타나 금리인상을 통해 연착륙(소프트랜드)을 할 필요가 있지만,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의 경제를 부양하려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 중앙은행과 세계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 사이에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여부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고민이다. 이날 금리동결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한 바였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4·4분기에 예상을 뛰어넘어 5.6%의 고도성장을 이룩했지만,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가 1.6%로 12년만에 최저를 기록,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켰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명분을 잃고 있었다. 이머징 마켓에서 값싼 수입재들이 밀려오면서 미국의 물가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도성장과 4.3%의 저실업율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FRB가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보았지만, 올들어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에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날 금리유지 결정으로 주가가 뛴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보스턴 FRB의 캐시 미네한 총재는 노동시장의 고용율이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재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도 최근 의회 증언에서 경제를 다소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다른 견해는 아시아가 아직 완전하게 회복하지 않았고, 미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중남미 경제가 불안하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 유동성이 미국으로 집중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신용 경색현상에 시달리는 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이 치명타를 입게 된다. 세인트 루이스의 거시경제 컨설팅사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문가 18명중 대부분이 FRB의 다음 조치가 금리인하라고 대답했고, 2명이 3월말에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부의 경제여건보다 대외여건에 대한 우려가 FRB의 주 관심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0.75% 포인트의 금리를 인하, 러시아 및 브라질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금융 대혼란을 수습한 바있다. FRB의 다음번 결정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오는 23~24일 그린스펀의 의회 증언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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