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분양가 거품빼기' 의지 보여라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는 의례 기상천외한 정책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소위 ‘반값 아파트’야말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시범사업을 진행한 건설교통부는 아예 ‘반값 아파트’라고 말한 적조차 없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 여야가 우격다짐으로 내세운 게 ‘반값 아파트’인 만큼 달리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별로 인기가 없는 경기 군포의 부곡택지지구에 입지했고 제대로 된 법적 근거도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값 아파트’는 예견된 실패작이라는 비판이 무성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의지가 부족했다고 봐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대지 소유권이 없는 만큼 급격하게 재산가치가 떨어질 것이 예상됐고 환매조건부 주택은 20년이나 되는 처분 제한 조건이 부담이 돼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서 추진했다면 가격이나 토지임대료 등이라도 파격적으로 내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분양과 공공임대의 중간 성격인 ‘반값 아파트’에 토지 공급 가격과 세제 등은 일반분양 주택제도를 따르도록 한 것부터가 모순이었다. 또 말로는 ‘분양주택’이지만 개발이익을 모두 취할 수 없는 게 환매조건부 주택이라면 굳이 20년이라는 장기간의 전매 제한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지난 1992년 대선 때 처음 ‘반값 아파트’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논란이 된 사실이지만 엄밀하게 말해 ‘반값 아파트’란 없을 뿐더러 ‘반값 아파트’가 있다고 해도 이는 시장원리에 따른 주택정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복지정책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1992년 당시 국민당이 내놓은 ‘반값 아파트’는 일반분양 아파트 건설 때 부담해야 하는 진입도로나 기타 부대시설을 건설회사가 아니라 모두 재정에서 부담해달라는 것이었다. ‘반값 아파트’란 근본적으로 주택공사가 손해를 보거나 국민 세금을 쏟아붓기 전에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기껏 방도가 있다면 높은 용적률을 허용해 주변 주택지와의 균형을 깨고 난개발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은평 뉴타운의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거품을 빼려는 당국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지난해 9월 고분양가 파문이 일었을 때보다 평균 10.24%나 낮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20%가량 싼 분양가는 과열된 분양경쟁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없지 않겠지만 분명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끼쳐 분양가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택지지구의 경우 분양가 인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서울시는 우선 택지비의 산정 기준일을 바꾸고 후분양제를 통해 건축비 등을 더욱 정확하게 계산했을 뿐이다. 택지공급 수익 등 이익률을 낮춘 것도 분양가 거품을 빼는 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주택공사 등이 택지비를 책정할 때 임대주택 건설시의 손실 등까지 감안해 차등을 뒀다지만 국민임대주택 건설에서도 서민들의 바람과 행정이 어긋나기는 마찬가지이다. 미분양으로 빈집이 수두룩한 곳에 다시 임대주택을 짓는 등 목표 달성에만 급급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민들은 임차료가 싼 영구임대주택을 선호해 현재 전국의 영구임대주택 입주대기자가 7만명이 넘고 입주대기기간이 2년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여기저기 비어 있는 국민임대주택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반값 아파트’ 같은 정치적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서민을 위한 주택복지와 중산층을 위한 분양가 거품빼기를 확실하게 구분하되 지속적인 의지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