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럽 재정위기… 신용경색 조짐] 달러 확보 나선 유럽… 자본 개방도 높은 한국 금융시장 직격탄

급락하는 원화가치<br>유럽, 한국 대외채권 48% 보유 "손절매 나설 것" 우려도 확산<br>원화채권 사들였던 역외세력도 빠른 속도로 한국시장 정리나서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 은행들의 신용경색이 달러수요를 촉박하며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장을 연일 강타하고 있다.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이어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마저 떨어지면서 유럽 은행들의 신용경색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 특히 유럽계 투자가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환수'에 나서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외환 및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1조9,000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던 유럽계 투자가들은 8월부터는 매월 1조원 이상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다. 유럽은 한국 대외채권의 48%(3,588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어 여차하면 자금을 뺄 수 있는 상황.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상황이 심각해지면 유럽 쪽에서 한국의 자금을 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유로존 경제의 2.6%에 불과한 소국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확산되는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를 낳고 있는 셈이다. ◇유럽 신용경색이 원화 가치 하락 야기=유럽 은행들이 달러자금을 구하지 못해 신용경색에 처한 것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ㆍ일본ㆍ영국ㆍ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달러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계 은행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신용경색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9일(현지시간) 런던 자금시장에서 단기조달 금리인 3개월 만기 달러 리보(Libor)는 0.3525%를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3개월물 유로화 리보도 1.483%를 나타냈는데 이는 2009년 4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6월에 올 들어 가장 낮은 0.2450%를 나타냈던 달러 리보는 3개월 만에 0.1%포인트 이상 크게 올랐다. 리보가 상승하면 신용경색에 처한 유럽 은행들의 달러조달 부담이 더욱 가중돼 유동성 위기가 한층 확산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실제 유럽 은행들 간 단기자금 차입 난이도를 보여주는 리보와 국내외 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외화자금 금리인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 간 스프레드도 29bp(1bp=0.0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리보-OIS는 지난해 말 12bp에서 2배 이상 상승했다. 3개월물 리보와 3개월물 미 국채(TB)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도 지난해 말 18bp에서 현재 36bp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달러와 유로화의 단기 차입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은 유로존(유로통화 사용 17개국) 위기 심화로 유럽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계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 공세에 나서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럽계 자금의 한국 이탈=유럽계 자금이 한국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신호가 보여서가 아니라 본국 금융회사의 신용경색과 유동성 위기로 자금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대규모 한국물 채권을 사들였던 유럽계 투자가들의 자금유출이 두드러진다.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손절 매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유럽계 투자가들은 9월 들어 19일까지 9,532억원어치의 채권을 처분했고 7,521억원어치의 주식을 정리했다. 지난달에는 1조2,023억원어치의 채권과 3조5,649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올 들어 7월까지 공격적으로 1조9,000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유럽계 자금의 한국 이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배진수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장은 "원화가 절상 추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해 선물환 헤징을 하지 않고 원화 채권에 투자했던 역외 투자자들이 원화 가치가 하락하자 당황하는 것 같다"며 "특히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유동성 확보가 급해진 유럽계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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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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