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6일] <1252> 브링스 매트 사건


1983년 11월26일 오전6시30분,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 부근의 특급 창고 브링스 매트(Brinks Mat). 권총을 든 6명의 복면강도가 경비원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휘발유를 끼얹으며 반항하면 불을 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강도들의 애초 목표물은 현금 3만파운드. 외국으로 보낼 현금이 창고에 들어온다는 첩보에 따라 보안이 느슨한 시간대를 골라 잠입했지만 돈다발을 찾을 수 없었다. 조바심 속에 창고를 뒤지던 강도들은 눈을 의심했다. 금괴 6,800개와 약간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두 3톤에 이르는 금괴만 2,600만파운드. 인플레이션과 환율, 금값 상승을 감안해 요즘 가치로 환산하면 3억달러 이상의 금괴는 강도들의 승합차 2대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사상 최대의 금괴 강탈사건을 맞은 런던경시청은 한달 뒤 경비원 중 하나가 강도와 처남매부 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둘을 잡아들였다. 문제는 금괴의 행방. 범인들이 법정에서 25년형을 선고 받고도 입을 다무는 통에 수사는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단서를 찾아낸 기관은 경찰이 아니라 재무부. 브리스톨 지역의 예금이 급증하는 점을 수상히 여긴 끝에 범인들이 금괴를 녹여 구리와 섞어 순도를 떨어뜨린 후 유통시켰다는 점을 밝혀냈다. 결국 장물아비로 개입한 금 매매업자 두 명도 구속됐으나 금괴의 98%는 찾아낼 수 없었다. 이미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용의자들도 외국으로 흩어진 탓이다. 사건발생 25년. 금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범인들은 두 다리 펴고 강탈한 금으로 여생을 즐기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수사선상에 올랐던 장물아비들이 총을 맞아 죽어가고 있다. 분배에 대한 불만과 복수로 보인다. 사전에 적발됐지만 2004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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