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필수품 50개 물가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이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생필품에 해당하는 품목 50개를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게 “생필품 물가지수를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것. 이 때문에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법석만 떨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물가지수를 따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물품들을 관리하면서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언급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관료 집단의 눈치보기에 일침을 놓았다.
이 같은 청와대의 해명은 새로운 생필품 물가지수 개발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체감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식료품과 연료비ㆍ서비스요금ㆍ공공요금ㆍ교육비 등 1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를 매달 발표하고 있다.
무리하게 새 지수 개발을 서두르던 재정부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통계청 물가와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며 청와대 발표가 물가지수를 만들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예정대로 지수를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무원들의 ‘보여주기’식 업무 태도를 정면 비판한 이상 새로운 물가지수 개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재정부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50개 품목으로만 물가 지수를 구성하면 특정 품목의 가격 변동에 따라 지수 전체가 왜곡된다”며 “서민 물가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재정부는 서민 물가 대책을 고민하기보다는 생필품 50개 품목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느라 허둥지둥한 모습을 보이다 명확한 근거 없이 지수부터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 오류는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이 걸핏하면 “서민물가를 잡으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관료들이 감히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이 환율ㆍ원자재 등 대외 요인 때문에 발생한 만큼 정부 대책의 실효성과 한계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