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신도시 시범단지 A아파트에 사는 박모(35)씨는 오전6시30분이면 집에서 나선다. 오전8시30분까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직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근이 잦은 업무 특성상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박씨는 자택에서 기흥IC에 진입하는 데만 10분 이상의 시간을 소모한다.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차량은 서서히 늘어나 판교IC 근처에 이르면 정체는 절정에 달한다. 그는 “집에서 목적지까지 최소 1시간 이상 걸린다”며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려다 보니 출근시간만 점점 빨라지게 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숨짓는 경부라인=동탄신도시의 주민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강남~분당~용인을 잇는 이른바 ‘경부라인’의 교통정체가 심화되고 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열악한 출근길 사정에 더해 인근 지역에서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 요인들이 기존 경부라인 주거벨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 용인의 경우 올 들어 집값이 폭락하면서 인근 신축 아파트까지 미분양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6월 분양된 용인 성복동 ‘성복자이’와 ‘힐스테이트’는 모두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해 죽전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109㎡형은 2006년 말보다 1억원 가까이 떨어진 4억원선에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죽전동 D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보통 주변에서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 호재로 받아들이지만 경부라인은 사정이 다르다”며 “주민과 투자자 모두 범람하는 신도시 때문에 교통 등 제반환경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 지지부진=열악한 교통환경에도 불구하고 교통인프라 구축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산-세교 신도시의 경우 수원~안산을 잇는 민자고속도로가 오는 2009년 말 개통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동탄신도시의 경우 서울로의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리라 기대됐던 대심도고속철도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토지공사는 현재 동탄에서 지방도 접속도로 등 7개 도로가 새로 개통됐고 다른 7개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모두 연장 10㎞ 내외의 짧은 도로들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동탄과 오산-세교 신도시의 경우 대중교통이 불편한 게 결정적 약점”이라며 “획기적인 교통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수요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시공자가 선정돼야 구체적인 교통계획을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나 오산-세교 신도시에 체계적 교통망이 들어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신도시 속속…수요는(?)=경부축에서 공급을 앞두고 있는 가구를 모두 합치면 ▦광교 3만1,000가구 ▦동탄1신도시 4만가구 ▦동탄2신도시 11만3,000가구 ▦송파 4만가구 ▦평택 5만4,000가구 ▦오산-세교 4만여가구 등 총 30만가구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그만큼의 수요를 창출해내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동탄 남쪽에 조성되는 신도시의 경우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체 배후수요를 창출하지 않는 이상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지목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서울권 수요자와 수도권 수요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현 상황에서는 수요가 부족하고 따라서 입주가 본격화하는 4~5년 후에는 공급과잉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면 확실한 배후단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경기 평택시 평택동 중앙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평택에 삼성공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택에도 ‘삼성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부라인의 흥망에는 삼성의 결정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