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회파행…금융개혁 일정 차질

국회파행…금융개혁 일정 차질'구조조정→금융시스템 복원' 최대과제 지연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회공전 사태로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이 삐걱거리고 있다. 최대 경제현안으로 부각된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 작업은 관련법이 구축되지 않은 채 시간만 낭비, 구조조정 일정마저 흔들리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혈세낭비까지 벌어지는 등 기형화된 정치구조가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잉태하는 조짐이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개혁법안 8월 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법률안은 67건(의원입법 포함). 이중 경제 부분에 관련된 핵심 법률안만 32건에 달한다. 세제 관련 법안이 16건, 국고 관련 법안이 3건, 외환·소비자보호 관련법안이 4건이며 금융정책에 관련된 법안도 9건이나 된다. 특히 6월 이후 미뤄져온 금융지주회사법과 구조조정에 대한 세제지원 내용이 담긴 조사특례제한법, 외환거래 자유화에 대비한 외환거래법 개정안 등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법안들. 금융지주사법등 주요법안 계류된채 시간낭비 '구조조정→금융시스템 복원' 최대과제 지연 이번 정기국회에는 2기 경제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도 걸려 있다. 정기국회에는 이밖에도 정부조직법·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최저임금법 등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예년에 없이 중요한 법안들이 계류된 상태다. ◇기형화되는 금융구조조정 2차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축 중 하나가 금융지주회사. 정부는 10월 말까지 은행 경영평가 작업을 마무리한 뒤 11월 지주회사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해몽(解夢)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량은행간 짝짓기조차 자연스레 미뤄지고 있다. 우량은행간 합병을 촉진시키려는 금감위원장의 거듭된 발언만 공허하게 들리는 형국이다. M&A시장 활성화를 위해 준비 중인 증권거래법과 증권투자회사법 개정작업(공개매수절차 개선·M&A 전용펀드 설립허용)도 침체에 빠진 2단계 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금융(증권)시장에 활기를 넣기 위한 조치지만 시장참여자들의 기대만 부풀려놓은 상황이다. 최근 핵심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투신사 비과세 펀드도 마찬가지. 금감원은 사실상 법을 위반하며 투신에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비과세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되면 소급처리하겠다는 것. 투신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이 조치는 기형화된 형태로 운용되는 결과를 빚어냈다. 이달 말께 발매 예정인 또 하나의 완전 비과세 상품도 기형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혈세낭비로 이어지는 기업구조조정 정부는 1차 기업구조조정의 핵심 도구였던 워크아웃을 보완하는 장치로 사전조정제(회사정리법 개정안)와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법)를 마련했다. 시장불안을 야기하는 부실기업을 조기에 솎아내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CRV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털어내는 효율적 장치로 금융구조조정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 CRV법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으면 지주회사제도 무의미해진다. 두 제도는 그러나 국회에 계류된 채 기약없이 시간을 끌고 있다. 국회파행은 국민 세금까지 축내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대우와 대우중공업 분할건이 대표적이다. 채권단은 기업분할과 관련된 조세감면이 이뤄지지 않아 수개월째 분할작업을 늦추고 있다. ㈜대우는 11월, 대우중공업은 10월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분할작업이 늦어지면서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손실로 전가된 상황. 어눌한 국민만 소모적 정쟁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멍들고 있다. ◇망가지는 「타임스케줄」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구조조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특히 9~10월은 현 경제팀 출범 후 넘어야 할 가장 거친 가시밭길이 기다리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금융·기업구조조정 관련법의 경우 정기국회 통과 후에도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정책 일정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책 스케줄을 하루라도 미루면 구조조정 일자가 그만큼 늦어지고 이는 「구조조정 마무리를 통한 금융시스템 복원」이라는 경제팀의 최대 과제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김영기기자 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07 19:3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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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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