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7월 14일] 예술, 감동과 치유의 힘

몇 년 전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때 그림과의 접점에서 일어났던 신비한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우연히 그림을 뒤적거리다 어느 그림을 봤는데 내 안의 무엇인가가 치유되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바닥을 쳤다고 생각됐을 때 내가 만난 그 그림은 작가가 나와 같은 상황에서 그렸을 법한, 모든 것을 내맡기고 기도하며 엎드린 모습이었다. 당시 막혔던 숨통이 트이면서 그림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교류되며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또 새가 하늘을 가득 채운 그림이 있었는데 ‘지금 내 날개가 접혀 있구나.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훨훨 날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안에 있는 자유로운 열정을 발견하게 됐다. 나도 저렇게 날 수 있겠구나 하는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그렇게 그림과 소통하게 된 후로 나는 그림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힘을 주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주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아마 그때 나를 울게 만들었던 그림의 작가는 틀림없이 나와 같은 감정 속에서 작업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과연 그 그림이 나를 울릴 수 있었을까. 작가가 작업했던 그 순간의 간절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모두 모여 그림에 응집돼 있는 기분이었다. 왜 작가가 예술혼을 갖고 작업한 작품이 중요한지 깨달았다. 자신의 명성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진실된 열정이 만든 작품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지금 서울화랑에서도 힐빙(heal -being)을 위한 시온 배희권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치유하고 잘산다’는 뜻처럼 이 시도를 계기로 미술계의 방향이 순수성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림을 감상하고 소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투자가치와 작가의 유명세가 아닌 그림과의 접점에서 충격이나 감동을 받아 그 기분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하기를 권한다. 내가 아는 유명한 미술학 박사님도 이런 경험을 말해준 적이 있다. 미술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오셨지만 자신과 공명한 그림은 이름 없는 갓 졸업한 작가의 작품이었다. 우리가 예술이 갖는 이러한 진실된 가치를 인정할 때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이 많이 탄생될 것이고 그것은 전체 사회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많은 대중들이 미술을 여유 있는 사람들의 장식품 혹은 투자 대상으로 생각할까 염려스럽다. 내 경험에 비추건대 예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힘이 있다고 단언한다. 작가가 오랫동안 닦아온 철학적 기반 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을 하면 그 농축된 정신적 에너지가 타인에게 내적 치유와 함께 삶의 돌파구까지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것을 가격으로만 평가해서야 되겠는가. 자, 우리 주변에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그림들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세상에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감상자ㆍ컬렉터를 비롯한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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