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월街 코리아 데스크들 "한국 '경제 4강' 가려면…"

"공격이 최선의 수비" 투자에 몸사리지 말라<br>대기업-중기 상생…주전·후보간 실력차 줄이고<br>해외CEO 적극 영입^새 성장동력 발굴 서둘러야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재현하자는 열망과 희망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6강을 넘어 다시 한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언제쯤 ‘4강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까. 월가(街)의 대표적인 코리아 데스크들은 한국 경제가 세계 4강에 들어가기 위해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인재 영입, 대중소기업 상생 경영 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경기에서 이기려면 공격을 해야 한다. 토고와의 1차전에서 한국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후반전 수비수를 빼고 공격진영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디스커버리캐피털의 데이비드 전 회장은 “자원도 없고 자본도 없었던 한국 경제가 선진국 진입 문턱까지 온 것은 모험과 리스크를 선호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한국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며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면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공을 이리저리 돌리기보다는 적극적인 투자로 공격경영에 나서야 세계 경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전과 후보의 실력차이를 줄여라=브라질이 세계 축구의 지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주전과 후보의 실력에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 호나우두가 없어도 영원한 우승후보다. 월가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손꼽히는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한국 경제는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절름발이 경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장기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주연과 조연의 상생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도 자생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경기 양극화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정하게 휘슬을 불어야 한다=축구를 포함한 스포츠는 원정경기보다 홈경기가 유리하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심이 홈 팬들을 의식해 홈팀에게 유리하게, 원정팀에게 불리하게 경기를 운영한다면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 라자드 자산관리의 존 리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외국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국민감정을 의식해 외국자본의 투자활동을 제한하거나 차별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국민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게임의 룰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코치 영입을 주저하지 말라=2002년 4강 신화는 한국 선수들의 노력과 함께 훌륭한 조련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주가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승을 기록한 것도 히딩크 감독의 놀라운 전략 때문이었다. 데이비드 전 회장은 “앞으로 한국기업은 기업 인수합병(M&A)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M&A의 주체가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넓은 금융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해외 최고경영자(CEO)와 인력을 충분히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스트라이크를 찾아라=한국 축구가 6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신화를 달성한 것은 꾸준히 새로운 스트라이크 발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2년 황선홍 선수의 바통을 이어 2006년에는 안정환 선수가 맹활약하고 있다. 존 리 펀드매니저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반도체와 자동차ㆍ조선 등 수출효자 품목을 이어받을 새로운 동력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전 회장은 “향후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은 단연코 금융서비스 분야”라며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 금융허브 청사진이 제대로 된 실행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정경기를 겁내지 말라=한국은 안방경기에는 강하지만 해외 원정경기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징크스를 보였다. 토고전 승리도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거둔 것이었다. 손성원 행장은 “내수시장에서 경쟁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의 4강 신화는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수출지향 경제구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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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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