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어울림2차 아파트는 인천 영종지구에서 입주 3년이 채 안 된 새 아파트다. 이 아파트 전용 148㎡ 3채가 조만간 경매에 부쳐진다. 이미 두 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6억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절반 수준인 2억9,400만원까지 최저입찰가가 하락했다. 담보대출 한도인 집값의 50%까지 대출받았다면 이미 입찰가가 대출원금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대출이자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집주인들이 몇 차례 가격을 떨어뜨려도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집값이 대출원금 아래로 떨어지는 이른바 '깡통아파트'가 수도권 경매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 들어 주택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은행권의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절반 정도가 만기 도래하며 주택구입으로 발생한 가계대출 부실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경매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인천 영종하늘도시와 송도국제도시에서 경매로 나오는 아파트가 급증하는 가운데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영종지구는 지난 2009년 15건이던 경매물건이 지난해 120건으로 8배나 증가했고 송도지구 역시 같은 기간 29건에서 95건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5개월간 경매물건 수가 영종 58건, 송도 53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경매물건 수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던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집을 서둘러 처분하려 하지만 인근에 분양가를 크게 낮춘 신규아파트가 속속 공급되면서 낙찰가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영종지구의 평균 낙찰가율은 2009년 81.4%에서 올 들어 57.4%까지 하락했다. 송도도 같은 기간 77.2%에서 71.1%로 떨어졌다. 영종지구의 경우 낙찰가율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선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지역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과잉공급이 이뤄졌던 용인과 고양도 같은 상황이다. 2009년 경매로 나온 아파트가 2,363건이던 용인은 지난해 4,752건으로 늘었고 낙찰가율은 58.8%까지 하락했다. 고양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올해 낙찰가율이 71.3%까지 떨어져 70%선이 위협받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경매 낙찰가율이 70% 이하라는 것은 주택시장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는 얘기"라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겠지만 주택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가계는 물론 건설사와 금융권이 모두 부실에 빠질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