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70년대 美경제는 현재의 한국 모습?

페이퍼 머니<br>애덤 스미스 지음, W미디어 펴냄


'정부가 건설산업의 부흥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내용을 과감하게 뜯어고친다. 단기 상환조건 일색이던 대출 기간을 15년 이상 장기도 가능하게 바꾸고, 집값의 70~80%까지도 빌릴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시장에 풀린 풍부한 돈에 의해 부동산 붐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붐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가 인플레를 경험한다.' 오늘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집값 폭등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기술이 아니다. '페이퍼 머니'속에 서술된 1970년대 미국의 모습이다. 1981년 출간된 이 책은 급변하던 1970년대 미국 경제의 면면을 분석한 책이다. 1970년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출현과 유가 폭등, 금태환 정지로 인한 달러화 폭락 등 세계 경제사의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시기. 그런데 책 속에 담겨있는 이 때 미국의 모습이 묘하게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책 속에 담겨있는 흥미 있는 이야기 하나. 저자는 1970년대 미국인들의 행동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통계 수치를 읽는 것. 미국인들은 이전만큼 저축을 하지 않았으며, 대출한도까지 돈을 빌렸다. 두번째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는 것. 1970년대 미국인들의 대화는 온통 부동산 이야기뿐이다. "자네 집은 얼마나 나가나? 그 아파트는 얼마지?" 이런 대화가 당시 미국인들의 대화의 모두였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들어맞는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가계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직장인들의 관심은 온통 부동산에만 몰려 있기 때문이다. 출간 된지 25년이 지난 지금 낯선 한국땅에 이 책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은 70년대 미국 사회의 화폐가치 하락현상과 부동산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속에 2007년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는 해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와는 동명이인인 경제평론가. '머니게임', '슈퍼 머니' 등 경제학분야의 대중서를 써온 사람이다. 하지만 대중 경제서 저자가 쓴 책이라고 가벼운 경제에세이 정도로 생각해서는 오산. 오히려 책은 전문 경제 개념이 예고 없이 툭툭 튀어나와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찬찬히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보람찬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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