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자체 입법 추진 초래한 노사정위 책임 크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가 결국 독자적인 입법화에 나서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책임지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노사정 합의와 별개로 관련 입법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정부는 당장 다음주부터 당정협의를 열어 노동개혁 입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내내 입씨름만 벌이며 공전을 거듭해온 노사정위원회의 활동을 놓고 볼 때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노사정위는 지난달 어렵사리 재개됐지만 기득권 노조의 이기주의에 부딪혀 정부의 마감시한(10일)까지 아무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대표성도 낮은 한국노총이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거부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탓이다. 정부로부터 갖은 양보를 받아낸 노동계가 굳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대타협에 선뜻 동의하기를 기대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노사정위의 결단을 마냥 기다리다가는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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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및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요건 완화를 행정지침에 담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동개혁의 핵심 의제를 명확한 법제화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과거 통상임금 사례처럼 오히려 산업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진정한 노동시장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는 노동개혁을 처리했다는 생색만 내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들에 떠넘긴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틈만 나면 "정권을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진짜 노동개혁을 실현하는 것이다. 노동계의 반발이나 야당의 몽니가 두려워 '무늬만 개혁'에 머무른다면 맹탕 개혁에 그쳤던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재판이라는 국민의 거센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노사정위는 노동개혁의 절박성을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이번주 말까지 의미 있는 성과물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노동계가 개혁의 대상이 되는 사태가 오더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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