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성등 마무리 불구 과제 '첩첩'<br>송신소 설치 문제로 정통부 방송허가 아직 안나<br>SO 재송신 협상·광고수입 한계도 큰 장애물로<br>"시청자 욕구 충족 위한 과감한 투자가 돌파구"
경인지역 새 민영방송인 OBS경인방송의 개국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04년 12월 31일 iTV가 정파된 지 만 3년여만이다. 그간 온갖 우여곡절 끝에 영안모자를 대주주로 한 경인방송이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방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개국을 불과 50일 앞둔 지금까지도 경인방송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iTV가 문을 닫은 때보다도 지상파 방송을 둘러싼 환경은 오히려 녹록치 않을 뿐더러, 제2의 수도권 민방으로 기존 지상파 3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벅찬 과제도 풀어야 한다. 개국 50일을 앞둔 지금 경인방송이 풀어야 할 숙제와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개국 준비 사실상 ‘완료’=경인방송 사옥은 부천 오정동 영안모자 부지 내 5,000평의 물류창고 자리에 마련됐다. 김포공항에서 차로 10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서울과 가깝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2층짜리 사무동과 단층 건물 방송센터로 이뤄진 사옥은 최근 외벽 공사를 마쳤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스튜디오 및 조종실 장비 설치에 한창이다. 사무동 1층엔 ‘방송역사 체험관’을 마련해 방송 8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 놨다.
개국과 동시에 제작에 들어갈 창사 멤버 구성도 거의 끝냈다. 과거 iTV 조합원들과 올들어 몇 차례에 걸쳐 뽑은 경력직 등 총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52명의 보도국 기자와 48명의 제작국, 34명의 기술국 인력이 주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습사원 공채가 마무리되면 개국과 함께 할 조직원은 약 230명 수준이다. 경인방송의 관계자는 “수습 공채에만 2,000명 이상이 응시했다. 다시 시작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만족스런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일단 방송 개국에 필요한 내부 준비는 차질 없이 착착 진행중이다.
◇풀어야 할 숙제들=그러나 경인방송이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다. 당장 큰 문제는 정통부의 방송국 허가. 방송위의 허가 추천 이후 지난 5월 정통부에 허가추천서를 제출했지만 정통부는 기술적 이유로 아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경인방송이 요구하는 대로 인천 계양산에 송신소를 세울 경우 방송 허가구역이 아닌 서울지역으로 전파가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iTV 시절 사용했던 인천 수봉산 송신소는 인천 지역도 40%밖에 커버할 수 없다는 게 경인방송의 주장이다.
경인방송 측은 “계양산에 세워야만 인천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고 전파월경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 SBS가 새 민방을 견제하려고 정통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의 관계자는 “무슨 우리가 정부에 압력을 넣을 처지냐”면서도 “경인방송의 전파가 허가구역을 넘어서는 것은 분명 문제고 기존 SBS 전파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있어 민원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인 문제는 또 있다. 케이블TV 가입 가구가 전체 시청가구의 80%를 차지하는 데도 아직 지역 내 SO와 재송신 협상을 시작조차 못한 점이다. 현재 인천ㆍ경기지역 SO들은 개국과 동시에 경인방송을 송출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 SO들이 내년 봄에 채널 개편을 하는데 아무리 지역 내 민방이라 해도 기존 채널과 계약을 깨고 새 채널을 들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월 경인방송이 개국해도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적어도 내년 초까진 방송을 보기 힘들게 됐다.
내년 상반기 채널 개편과 함께 이 문제가 해결돼도 경인방송의 숙원인 ‘역외재송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04년 당시 방송위가 밝힌 역외재송신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엄연히 SO와 경인방송 간의 직접 계약으로 풀어야 하는 만큼 문제 해결의 열쇠는 경인방송의 영업력과 콘텐츠 경쟁력에 달려 있다. 일단 경인방송 측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계약은 원활히 성사될 것이다. SO들이 고화질(HD) 콘텐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는 100% HD인 만큼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광고수입 확보 풀어야 할 과제다. 2004년 정파 당시 iTV가 거둔 광고매출은 연 500억원 수준. 그러나 지상파 광고시장이 갈수록 나빠지는 지금은 연 300억원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서울의 지상파 3사가 거두는 광고매출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지상파 3사 수준의 눈높이에 맞춰진 시청자들을 과연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경인방송 측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지만 근본적 수입의 한계는 경인방송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수도권 외 지역 민방들과 EBS 정도가 연 300~400억원 수준의 광고매출로 꾸려가고 있긴 하지만 매체 환경 측면에서 경인방송과는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채널 1개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제작비가 연간 5,000억원 수준”이라며 “경인방송이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 해도 눈높이가 올라간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지는 미지수”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관건은 투자자들의 과감한 투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경인방송에 투자된 자본금은 1,400억원 수준으로 3년 안에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주 측은 일단 초기 긴축경영 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난 뒤 추가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경인방송은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자본금의 이자소득만으로 올 상반기까지 흑자를 내는 놀라운 수완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방송이 시작되면 문제는 180도 달라진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주주의 지갑을 열도록 하겠다”는 주 사장의 공언은 뒤집어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