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함에 따라 미국발(發) 철강전쟁이세계 각국으로 `도미노'처럼 번지는 양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 철강 수입규제 도미노
철강전쟁은 미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조사를 거쳐 지난 3월초 세이프가드를 발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중국은 3월22일 한국 등 5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EU도같은달 27일 세이프가드 조사개시를 발표하면서 수입규제가 연쇄적으로 확산됐다.
미국은 3월20일부터 수입 철강재 14개 품목에 대해 8∼30%의 관세를 인상하는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고 EU는 같은 달 29일부터 냉연강판 등 15개 철강제품에 대한 잠정조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21개 품목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갔다.
연쇄 수입규제 움직임은 미국이나 EU 뿐만 아니라 동남아국가와 캐나다, 브라질등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태국은 열연 및 냉연강판 등에 20∼25%의 할증관세를 부과했고 말레이시아는 3월 15일 198개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일괄적으로 50% 인상했다.
캐나다는 3월25일 중후판, 열연.냉연강판, 아연도강판, 선재, 철근, 봉강 및 강관 등을 대상으로 지난 25일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 7월4일께 판정을 내릴 예정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반덤핑조사 및 수입허가제가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영향과 대응
3월말 현재 우리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건수 121건 가운데 철강제품이 차지하는 규모는 3분의1에 해당하는 41건인 점을 보면 철강전쟁의 실상을 가늠케 해준다.
산업자원부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세이프가드는 우리 업계의 냉연강판 등 판재류 수출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연간 2억5천만달러의 대미 철강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봤다.
EU의 경우 과거 교역량을 기본쿼터로 보장해 큰 영향은 없지만 선착순제(first-come first-served)의 의한 글로벌쿼터제를 운영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 업계에 불리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통상환경 악화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올 1.4분기 철강제품 수출은 15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4% 감소, 12% 가까이 감소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철강 보호주의의 진원지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42% 이상 줄어든 것을 비롯해 유럽연합(-25%)과 일본(-21%), 홍콩(-41%) 등지에서도 감소세를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우리의 최대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8.8% 늘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세이프가드 잠정조치가 쿼터제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일련의상황은 철강수출이 심리적으로 얼어붙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3월2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분쟁해결절차 수순에 들어간데 이어 세이프가드 협정에 따른 보상요구를 해놓았지만보복조치는 유보해 놓은 상태다.
EU의 조치에 대해서는 `유감'은 표시했지만 우리 업계의 피해가 크지 않은데다향후 미국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일본과 함께 공동보조를 맞춰야 하는 파트너임을감안, 제소하지는 않았다.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 잠정조치의 세부 내용에 따라 정부의대응방향이 달라지겠지만 EU와 비슷한 수준의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즉 현재까지 분위기로 볼 때 쿼터제 운영에 따라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공격적인 대응의 필요성보다는 6월중 양자협의를 통해 우리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부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