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애고용촉진기금은 '눈먼 돈'

검찰, 공무원과 결탁 거액 빼돌린 업주 등 적발악덕 기업주들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볼모로 수년간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해 온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장애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고용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이들 악덕업주들과 뇌물을 매개로 결탁해 20억원에 달하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빼돌려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지검 반부패특별수사부(부장검사 박노정·朴魯貞)는 15일 이선재(46) 무등도예 공동대표, 최종수(45) 동민전자 대표 등 기업체 대표 6명을 사기 및 뇌물공여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I실업 대표 이모(41)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구속된 이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이민철(32·3급)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총무부차장, 임상덕(56·1급) 공단 부산사무소장 등 공무원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본부 부장 윤모(45)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달아난 W도예 대표 김모(45)씨, B코퍼레이션㈜ 대표 전모(45·여)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하고 공단 I사무소 부장 황모(40)씨에 대해 자체 징계하도록 통보했다. ◇기금편취수법=기금편취사범들은 장애인을 고용해 기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속이거나 고용한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시설융자금과 고용장려금ㆍ보조금을 받아냈다. 구속된 이선재(46) 무등도예 대표 등 도예업체 대표 4명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도예공장을 설립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와 공사계약서 등 허위서류를 만들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수억원에 이르는 시설융자금을 타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공단측이 투자확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동사무소에서 알아낸 장애인 주민을 근로자로 행세시키거나 노부모와 동거녀를 청각 및 시각장애자로 등록, 장애인 근로자로 위장시켰다. 최종수(45·구속) 동민전자 대표와 B코퍼레이션 대표 전모(45·여·수배)씨 등 4명은 장애인 근로자에게 매월 2만∼15만원 정도의 임금만 지급한 뒤 최저임금(36만∼38만원)을 지급한 것처럼 임금대장을 허위로 작성해 노동부와 공단으로부터 장애인 1인당 38만∼51만원(장려금 20만여원, 보조금 18만∼31만원)을 편취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최씨와 전씨는 각자 3억원 이상의 장애인고용시설자금을 받아 장애인 기숙사 등 공장을 설립해 놓고 기숙사시설을 다른 업체에게 사업장용도로 임대한 채 중증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컨테이너 박스 3동에 기거시키며 농사일 등의 사역을 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공무원들의 뇌물비리=검찰에 구속된 이민철(32) 공단본부 총무부차장과 임상덕(56) 부산사무소장은 시설융자금 지원여부 및 융자취소결정 등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악덕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오며 지속적인 유착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와 임씨는 지난해 1월 초 융자금을 받으면 2,000만원을 주기로한 윤종열(38·구속) 보부식품대표가 자신들의 본부 발령일이 임박해오는데도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임씨가 전화를 걸어 약속이행을 강권한 뒤 이씨가 윤씨 사업장을 찾아가 200만원을 받아냈다. 또 임씨는 98년 11월 도예업체의 장애인고용상황 점검을 위해 부하직원들과 함께 여주군 강천면 S도예를 방문한 자리에서 선처를 부탁하는 S도예 대표 박모(35·수배)씨로부터 300만원을 받는 등 노골적인 뇌물수수 관행을 보였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문제점 및 개선책=현재 장애인고용정책은 노동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 3개 부로,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사업은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 각각 나뉘어 있어 장애인실태조사와 고용촉진지원, 근로감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지원과 관련해서도 담당 공무원이 사업주가 허위로 만들기 쉬운 장애인수첩 사본, 임금대장 등만을 검토하는데 그치고 임금지급과 공사투자내역은 직접 조사하지 못하는 등 기금지원심사와 사후관리제도에서도 허점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장애인고용복지 행정의 일원화 기금자격심사 및 사후관리강화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세분화와 탄력적인 운용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건의할 방침이다. 김인완기자IY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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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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