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물인터넷을 디자인하라-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근래 대부분의 정보통신 관련 국내외 행사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시대를 앞서나가려는 기업들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과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모바일기기에 국한됐던 IoT 서비스가 자동차·스마트홈·헬스케어 등 일상의 범주로 확대됐고 핀테크(fintech)·드론·3D프린터 등 신성장 산업에 진출하려는 금융·제조·플랫폼 관련 기업들의 파트너를 찾는 눈 맞춤 행보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도 다양한 IoT 상용서비스를 출시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주도적 플랫폼의 부재와 보안기술의 취약한 개발 여건 탓인지 시장을 뒤흔들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IoT 분야를 장악한 독보적 선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인터넷기업 구글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인 GMS(Google Mobile Service)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제조사·개발자·이용자가 상생할 수 있는 개방형 모바일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이와 함께 약 200개에 이르는 혁신적 기업을 발굴해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IoT·스마트카·인공지능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야말로 공유와 협력의 가치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ICT 융합생태계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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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IoT 전략은 어떤가. ICT 서비스 개발을 위한 이종 분야 간 융합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규제혁파도 이해관계자 간 입장 조율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대승적 협력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협력·융합·공유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자기 밥그릇을 먼저 지키려 한다면 IoT 시대의 주도권은 오지도 않거니와 잡을 수도 없다.

눈앞에 와 있는 IoT 시대를 우리가 주도하기 위한 특단의 모색이 절실하다. 우선 분산된 산업별 IoT 역량을 모으고 국가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IoT 역량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IoP(Internet of Policy)'나 'IoM(Internet of management)'과 같이 IoT 시대를 디자인하기 위한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발상과 전략으로 기업은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정부는 각 분야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협력과 공유라는 가치를 고민해보지 않았던 우리가 이를 적용하고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어려움과 거부반응이 충분히 예상된다. 하지만 불협화음이나 두려움은 사업화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IoT 실증프로젝트의 추진을 통해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백억개의 사물이 연결되는 IoT 시대에 모든 분야에서 벽이 없고(wall-less), 격차가 없으며(gap-less), 한계가 없는(limit-less) 협력과 공유가 불가능하다면 그 어떤 전략도 유효할 수 없다. 우리에게 최적화된 사물인터넷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IoT 전 분야 간 협업과 연결성을 찾아나가는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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