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ELF 결국 실패작으로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을 위해 만든 금융권 최초 공동상품 코리아ELF(KELF)가 당초 기대치의 1%에도 못 미치는 판매실적을 보이며 결국 실패작으로 끝났다. 은행ㆍ증권업계에 따르면 판매마감일인 3일까지 판매액은 108억원 정도로 재정경제부의 예상치인 1조~2조원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이 21억원 어치를 파는데 그쳤고 신한은행 9억원, 우리 6억원, 하나은행이 3억원에 불과했다. 한미ㆍ제일은행은 1억원도 채우지 못했다. 증권업계도 한투증권이 26억원을 팔아 그나마 선전(?)했을 뿐 삼성ㆍ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조차 5억~6억원에 그쳤다. 판매 부진으로 투신운용사에서는 펀드 설정 자체가 어려워 가입자들이 맡긴 돈을 되돌려줘야 할 상황에 몰렸다. 펀드 구성을 위해서는 성장형의 경우 최저 30억원이 넘어야 하고 안정형은 50억원 이상이 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금융사들의 판매액이 이에 턱없이 미달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신한ㆍ우리은행은 안정형에 들어온 3억원과 1억원을 되돌려줬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매부진에 대해 처음부터 예상됐던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가가 이미 800선을 넘나들며 주식형 펀드의 매력이 크게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업계공동으로 상품판매에 들어가며 서로 `나 몰라라` 식의 졸속 마케팅이 판매부진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강창희 PCA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은 “판매 취지 등 기본적인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각 사가 직접 개발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인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ELF가 원금보전이 특징인 ELS(주가연계증권)상품의 기본적인 특성을 무시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KELF는 부동산투기에 쏠렸던 시중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산업자금화 시키자는 취지로 주식비중이 90% 이상인 `성장형`과 50% 이상인 `안정형` 펀드 두 가지를 내놓고, 지난달 20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판매 첫날에는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과 금융유관 기관장, 증권사 사장들이 앞장서 몇 천만원씩 가입하며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판매 첫날부터 설정 시점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3일 지수 기준으로 옵션비용을 포함해 KELF가 원금을 되찾기 위해서는 만기 때 892포인트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주식형 펀드의 높은 수익률에 손실률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홍보가 뒤따랐지만 현 주가를 단기 꼭지로 판단하는 안정추구형 개인 투자자에게는 위험투자수단으로 비춰진 것이다. KELF 판매가 실패하며 은행ㆍ투신ㆍ증권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펀드설정 자체가 무산될 경우 금융상품을 이용한 정부주도의 부동자금 증시유입의 첫 실패사례로 남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신협회는 투신운용사 실무진과 연락을 취하며 판매금액을 모아 운용주체를 하나로 만드는 방법 등을 검토중이다. 또 일각에서는 기존 KELF의 문제점을 보완해 2차ㆍ3차 모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KELF 판매 실패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나 업계의 호응을 전혀 얻지 못하는 단기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연기금ㆍ기관들의 중장기 투자를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만기 투자신탁협회장은 “시장이나 투신업계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이번 KELF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보다 근본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투자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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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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