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성 SOC' 남발하면서 재정적자 걱정은 위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4분의1 이상이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지역 균형발전 등 '정치적 배려' 덕분에 평가를 통과했다고 한다. 2009년 이후 예타 조사를 받은 317개 사업 중 82건(26%)이 이런 경우이고 그에 따른 총사업비가 40조원에 이른다니 걱정이 앞선다. 내수부진과 저성장세 지속으로 올해 정부의 세수부족액과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각각 10조원,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다 내년 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정치성 SOC 사업은 향후 시행·운영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 추가 혈세 투입을 초래하거나 재정정책의 약효를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 이런 판국에 기획재정부는 예타 대상 SOC 사업 기준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 간다. 총사업비를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지역균형발전 항목 비중을 20~30%에서 25~30%로 높여 조사 대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새 경제·재정규모가 2배로 커졌고 낙후지역을 배려할 필요도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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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적자가 만성화되고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마당이다. 그러잖아도 국가정책·법령에 따른 사업으로 포장하거나 공사구간·사업시기 쪼개기 등으로 예타를 면제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더라도 집권세력이나 유력 정치인이 밀면 되살아나는 사례도 적잖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지방공약 이행을 위해 "타당성이 부족한 신규 사업은 사업계획을 수정해서라도 꼭 추진하겠다"고 나선 만큼 예타 기준 상향조정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비용과 시간을 더 투입해서라도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걸러내는 게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경제성 항목 점수가 최소한을 밑돌면 탈락시키는 등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균형재정을 걱정하는 모습조차 위선으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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