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6월 3일] FTA와 그림의 떡

제아무리 산해진미로 떡 벌어지게 차려진 밥상이라도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하면 제대로 먹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그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다. 잔치판이 벌어졌는데도 먹는 방법을 몰라 침만 삼키며 그저 바라만 봐야 하니 말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돈을 벌어다줄 프로젝트나 시장이 있어도 내 것, 우리 몫으로 만들지 못하면 소용없다. 우리 기업들의 자유무역협정(FTA) 준비와 이용상황이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무역업체 75% 전혀 활용 못해 이명박 대통령의 한중 FTA 검토지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의 3국 FTA 논의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FTA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FTA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FTA 반대론자들도 있다. 상대국에 따라 일부 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는 장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6% 및 고용 33만명 증대, 한중 FTA는 2.4~3.2%의 GDP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까지 합치면 성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우리는 칠레,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16개국과의 협정이 발효 중이며 미국ㆍEU와는 비준을 앞두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터키, 걸프협력회의(GCC)6개국, 남미공동시장(MERCOUR)4개국, 아프리카관세동맹(SACU)5개국 등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준비 및 공동연구 단계에 있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간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써 FTA 허브의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협정으로 가는 길도 더디기는 하나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는 양국의회의 비준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 미국의 비준 지연은 정치적 부담 때문이며 따라서 중간선거가 끝나면 비준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미국 쪽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이 자동차를 끈질기게 문제삼고 있어 이 분야의 보완협상 가능성은 있다. 지지부진하던 한중ㆍ한일 FTA 논의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양국은 최근 산관학 공동연구 종료와 함께 민감사안을 추가논의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한일 양국은 실무협의대표를 격상하기로 했다. 한중일 FTA는 3국정상이 오는 2012년까지 산관학 공동연구를 끝내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국내기업들이 FTA 잔칫상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그렇다. 무역업체 10개 중 8개 꼴인 75%가 FTA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무역협회 조사)으로 나타났다. 인력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따른 실무처리 능력부족 때문이다. 절차나 필요서류 등을 잘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산지증명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ㆍ아세안 FTA의 경우 우리 수출기업 중 한국산 원산지증명서를 아세안 세관에 제출하고 특혜관세를 받는 비율이 14%에 불과하다. 실무능력 배양 지원확대 시급 결국 FTA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려면 수출기업들의 취약점 보완이 필요하다. 무역협회가 최근 '실무인력 양성을 위한 FTA스쿨'을 세우고 전경련ㆍ관세청 등이 미국 FTA 원산지 검증대응방안 설명회 등을 갖는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그런 방안의 하나다. 특히 무협은 지방 중소기업 거점지역들을 직접 찾아가 교육지원 및 비즈니스모델 창출 컨설팅 등에 나서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중기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활용의지와 자세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FTA를 우리 경제의 신천지로 만들려면 제대로 이용해야 하며 그러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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