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中企 배 못 구해 `발동동`

해상운임 상승 등의 여파로 배편이 부족해지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미주지역 등지로의 수출을 위한 배편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박업체들이 중소 제조업체들의 수출 물량 부족 등을 이유로 부산항 선적을 기피하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몇몇 중소업체들은 수요가 많은 상하이로의 `환적`을 고려하거나 컨테이너 유치를 위한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공업용 못, 타카핀 등을 수출하는 D사는 국내 한 해운회사가 당초 일정을 바꿔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미주지역으로 향하는 바람에 수출이 일주일 늦어지는 등 큰 손실을 입었다. 해운회사로서는 중국 컨테이너만으로도 배를 가득 실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부산항을 거쳐갈 이유가 없다는 것. D사 관계자는 “중소업체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물량이 적다 보니 수출 배편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원가부담으로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 데다 내수도 좋지 않아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D사를 비롯한 몇 군데 업체들은 상하이 환적도 검토 중이다. 부산항에서 작은 배로 상하이까지 가서 컨테이너 하역을 한 다음 미주지역으로 수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부산항에서 직접 수출하는 것에 비해 시간도 이틀 이상 더 걸릴 뿐만 아니라 하역경비 등을 추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환적에 따른 운임을 선박업체에서 인상하게 될 경우 전체적으로 12%의 수출비용상승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선박업체 대리점 사장은 “중국 환적이 머지 않은 장래에 일반화된다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200달러의 추가비용을 수출업체 쪽에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중소 제조업체들은 선박업체 대리점(포딩) 한 곳에 컨테이너 물량을 몰아주는 대신 뱃삯을 깎는 일종의 편법도 감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선박업체 본사와의 직접 연간계약은 수출물량이 많은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개인적으로 가까운 선박업체 인사를 통해 배편을 구하거나 뱃삯을 깎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선 말로만 물류중심국가를 이야기하지만 중소 수출업체들은 편법을 저질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동아시아 물류가 부산항으로 모여든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상훈기자 atrip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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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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