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수출도 안 좋다"며 "지난 4월에 전망한 우리 경제 성장경로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26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5월20일까지 수출 실적을 보니 4월(전년 대비 8.1% 감소)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수가 완만하지만 개선 조짐을 보이는 반면 수출이 부진해 성장경로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24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7.6% 줄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평가는 불과 열흘 전(5월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전망과 실제 상황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서 적지 않은 입장 변화다. 당시 이 총재가 가계부채 급증세를 부각하자 시장에서는 금통위 입장을 '중립적이되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수출이 5월에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최근 미국의 9월 금리인상론이 급부상하자 시장 기대를 서둘러 '중립적이되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3월 금리를 사상 최저인 1.75%로 낮출 때도 "성장과 물가 경로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이 총재는 내수의 완만한 개선세를 언급하면서도 발언의 상당 부분을 수출 부진에 할애했다. 그는 수출 부진이 저유가, 전 세계 교역 둔화 등으로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전제를 깔면서도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유별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금액의 비중을 수출의존도라고 봤을 때 우리는 43%인 반면 선진국은 10%대"라며 "수출 부진이 우리 전체 경기에 미치는 정도가 훨씬 크다"고 걱정했다.
이날 이 총재는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국제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올해 안 어느 시점에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뉴욕 증시와 금값이 하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편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 후 "경기 회복세가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생각이 비슷하다"며 "여러 전문가와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그런 점을 충분히 참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DI는 올 3% 성장률 사수를 위해 금리를 한두 차례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