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 상품시장 패닉] 은값 왜 곤두박질 하나

CME 연이은 증거금 인상에 차익 챙긴 투기세력들 발 빼

은값 이달 들어서만 30% 폭락…시장에 무슨 일이? 급락세로 돌아선 국제 원자재 중에서 가장 극적으로 수직낙하하고 있는 것은 은이다. 은값은 이번주 들어 4거래일 동안 무려 30%나 곤두박질치며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분을 빠르게 까먹고 있다. 계속되는 급등세로 지난해 8월 이후 175%, 올 들어서만 56%나 상승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온스당 50달러에 육박하는 고점을 찍은 은값은 이후 나흘 연속 폭락으로 5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36.23달러까지 떨어진 뒤 장외거래에서는 34달러선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 1980년 '헌트 형제'의 은 투기로 가격이 크게 요동친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주간 은값 하락폭이 적어도 지난 1975년 이래 최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고공행진을 벌여온 은값 폭락이 다른 귀금속 등 원자재 가격 속락의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은값이 방향을 급선회한 데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그룹의 연쇄적인 거래 증거금 인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ME그룹은 통상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때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거래 참여를 위해 예치해야 하는 증거금을 인상하는데 지난 2주 동안 무려 다섯 차례에 걸친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주 전 선물 계약당 1만1,745달러이던 은 거래 시초 증거금이 오는 9일부터는 84%나 높은 2만1,600달러로 인상된다. 거래유지 증거금도 5일 현재 1만4,000달러에서 9일에는 1만6,000달러로 인상된다. 이처럼 은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이 급등하자 자금여력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이 은 계약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증거금 인상을 계기로 대규모 투기 세력들은 이미 차익을 챙기고 빠르게 시장을 빠져나가 가격 하락을 한층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말 대규모로 은 매수 포지션을 늘렸던 대형 헤지펀드들이 최근 몇 주 사이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서면서 상당한 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금 시장에서 은값 폭락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투자자들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껏 부풀었던 투자심리가 며칠 사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시장 전문가들은 은 가격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트맨래터의 데이비드 가트맨은 "이 정도로 타격을 입은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은값이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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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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