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한 입으로 두 목소리를 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구조 개선방향」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연구소는 이 자료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연 11.7%로 대만(94년 기준)의 6.2%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19일 한국은행 자금부는 「대만의 금리수준」이라는 분석자료를 통해 대만의 금리수준이 우리나라의 금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회사채시장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불과하고 사채금리가 연 22% 수준임에도 대만기업들의 사채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차입금리수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낮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은행의 금융경제연구소와 자금부는 한가지 사안에 대해 각각 상이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연구소의 차입금평균금리에는 사채금리가 제외된 반면, 자금부는 해외차입금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것이 연구소와 자금부가 상이한 결론을 도출하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그다지 많은 시차를 두지도 않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두 개의 자료가 서로 상반된 내용을 언급,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데 있다. 필요에 의해서든 우연이든 한은이 이번 사례처럼 한 입으로 두 목소리를 내게 되면 한은에 대한 신뢰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한은정도의 기관에서는 단편적인 분석보다는 종합적인 분석을 함으로써 분석결과에 대한 시비를 받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일은 한은 내부의 의사소통 경로가 「동맥경화」의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