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자율 속 질서의 힘

그러나 졸업식이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안냉방송이 나오자 일제히 놀던 것을 그만두고 가운을 입고 각자의 자리에 섰다. 눈깜짝할 사이 질서있고 완벽한 졸업식장이 되었고, 끝날 때까지 웅성거림이나 개인적인 움직임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미국 특유의 자율적 질서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 운동장 스탠드에서 치러진 졸업식은 참석한 부모나 친구 모두에게 심한 갈증을 느끼게 했다. 참석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걸스카웃트자원봉사 학생들이 질서정연하게 짧은 시간에 한사람도 빠짐없이 물을 나눠줬다. 미국의 질서있는 자율적 봉사의 힘도 함께 실감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만난 친구의 이야기도 미국의 자율속 질서의 힘을 잘 말해준다. 그 친구는 경기도 어느 운동장에서 백인과 흑인이 함께 축구경기를 하는 것을 관람하게 됐는데 경기 도중 양팀 간의 격렬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때 미국국가가 울려퍼지고 성조기가 게양되자 장내는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되더니 급기야 격분한 마음을 진정시키게 됐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국국가가 흘러나올 때면 현재 있는 그 곳에 똑바로 서서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어릴적부터의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냉방송에 따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운동경기는 다시 즐겁게 시작됐고,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자유와 질서는 양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책임의식과 질서의식이 뒷받침돼 제대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고, 앉을 때와 설 때를 가리며, 형식보다는 실질을 사랑하는 국민이 될 때 비로소 새로운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영섭 광진구청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