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합재산신탁제 유명무실"

신탁업법 시행령에 공동운용기금 조항 누락<BR>개별계좌 관리땐 규모작아 투자제약·비용만 증가<BR>은행권 집단반발…공청회개최등 공론화 나서기로



은행권이 오는 4월 중순으로 예정된 신탁업법 시행을 앞두고 공동운용기금(CIFㆍCollective Investment Fund) 조항을 신설하지 않을 경우 법안의 핵심인 종합재산신탁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종합재산신탁제도는 은행권이 유가증권(예금ㆍ펀드), 부동산 등 서로 다른 고객재산을 한번의 계약으로 맡아(신탁) 관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각각의 자산에 대해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해 별도의 계좌로 운용했기 때문에 종합적인 자산관리가 어려웠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입법예고된 신탁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종합재산신탁제도 운영의 필수 요소인 CIF 조항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IF 조항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신탁자금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신탁 관련 법에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종합재산신탁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개별 신탁재산의 자금을 한꺼번에 모아서 공동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이번 시행령에서 CIF 관련 조항이 누락됨으로써 종합재산신탁제도 도입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각 개인의 신탁자금을 개별 계좌로 관리할 경우 운용자금 규모가 작아져 유가증권에 직접 투자하기가 어려워지고 은행의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하므로 효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제도의 도입 취지는 개별 자산별로 운용하는 현 신탁제도의 한계를 보완해 종합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었다”며 “법 개정 초기에 CIF제도를 도입하기로 해놓고 자산운용 및 증권 등 제2금융권과의 이해관계에 밀려 관련 조항이 빠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지난해 시행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특법)에서 규정한 간접투자의 개념과 은행권이 주장하는 신탁업법상 CIF의 개념이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며 반박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에 대한 일반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간특법과는 별도의 법을 다시 만들어 CIF를 설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간특법상의 펀드상품은 자산운용회사가 운용자산의 종류를 미리 규정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는 상품이지만 CIF는 고객의 신탁자금을 운용하는 수단이므로 명백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도 금융고객의 수요에 맞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종합재산신탁제도에 CIF 개념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서를 24일 주무부서인 재경부에 제출하는 한편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