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드러진 위기징후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버블"
LG경제연구원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내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10주년을 맞아 가장 두드러진 위기의 징후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버블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겪는다면 투자와 소비의 구조적 부진에 따른 만성적 경제활력 둔화라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지표가 빠르게 회복됐고 대외거래나 신인도 측면에서도 안정을 되찾는 등 무난히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최근 경제활력 저하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버블 위기의 징후=LG경제연구원은 17일 IMF 경제위기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보고서들에서 “앞으로는 IMF 위기 때처럼 특정 부문에서 위기가 발생하기보다는 위기상황이 경제 전역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드러진 위기의 징후로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버블 및 가계부채 급증이 지적됐다.
부동산 버블 붕괴와 이에 따른 자본이탈로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투자와 소비부진이 장기화되고 만성적인 경기침체로 대외경쟁력이 약화되며 국제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철용 연구위원은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의 빚 감당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가계 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대출 원리금 부담 증가는 앞으로 상당기간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면서 경제활력 회복에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또 한국경제가 단기간에 탈출하기 힘든 정체의 늪에 빠졌다며 정책 대처는 민생 현안을 우선시해 실용적으로 하되 하드웨어개혁보다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시켜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연성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둔화에 미래불안 위기감 커져=연구원은 아울러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설비투자 부진. 설비투자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유형자산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 15.4%에서 위기 직후 6.5%로 감소한 뒤 다시 최근 5년간 1.85%로 떨어졌다.
노후준비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연구원은 가계소득 증가세가 순조롭지 못하고 주거비ㆍ교육비 등이 고정지출 항목으로 자리잡아 내 집 마련과 노후설계 등의 미래대비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도시 근로자가구(가구주 연령 40~44세)는 지난 87년에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13.9년의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했지만 97년에는 18.7년을, 지난해에는 23.4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 위기는 무난히 극복=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IMF 위기 전후 거시 지표들을 90년대 중반 이후 외환위기를 겪었던 태국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멕시코ㆍ콜롬비아ㆍ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8개국과 비교ㆍ분석해본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운용이 상대적으로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위기 전 6.2%에서 위기 이듬해인 98년 -7.6%까지 급락했다 2001년부터 최근 5년간 3.9%로 회복됐다. 위기 전 수준인 전년 대비 평균 상승폭 2.3%포인트에는 못 미치지만 회복속도가 비교적 빨랐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또 최근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각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국제비교조사에서 기업가 정신, 근로의욕, 사회적 유연성을 비롯한 국가경쟁력 총지수에서도 다른 위기 경험 국가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력시간 : 2006/12/17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