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 방어정책 딜레마] 정부 버티기 한계… 수출타격 우려

정부가 원화절상 압력을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역외선물환(NDF)거래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외세력들이 지난 2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대거 달러를 팔고 여기에 일부 국내은행들도 동조 매도에 나서 환율은 결국 규제조치가 나오기 전 수준인 1,170원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더 이상 동원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달러매물을 무한정 사들일 수도 없고 다른 정책수단도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달러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꺾이지 않고 있어 부담도 크다. 따라서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환율정책에서 한 걸음 물러나 `환율 연착륙`을 시도해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려 환율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락하면 경제 전체에 충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며, 금리ㆍ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물론이고 통화정책 기조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예견된 환율 하락=지난 15일에 이어 19일 정부가 NDF 거래를 규제하는 추가 조치를 내놓자 시장에서는 `정부가 글로벌 달러 약세기조에 대항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을 쓰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9일 소폭 하락, 20일 소폭 상승을 거쳐 환율은 26ㆍ27일 계속 떨어졌다. 환율하락을 역외세력들이 주도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외선물환 거래를 봉쇄당했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대량의 달러 현물을 팔기 시작했고 결국 국내은행들마저 함께 달러를 팔기에 이른 것이다. ◇금융시장 혼란우려=급락세로 돌아선 환율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한다면 수출은 수출대로 문제가 되고, 외환시장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주식ㆍ채권시장도 충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정부의 달러매입 부담이 더 커진다. 이대로 환율방어를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달러 매수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발행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원화절상 속도가 늦어질수록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이 늘어나게 되며, 통화증발을 막기위한 또 다른 국채(통화안정증권 등)발행이 병행된다. 결국 채권 값은 왜곡되고 거래질서도 혼란스러워진다. 정부가 `돈`으로 환율을 방어하다 결국 실패할 경우 최후의 수단인 `통화정책`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금리를 내려서라도 달러 유입을 차단해 원화가치를 서서히 절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도 통화절상압력에 못 견뎌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개입에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거시정책의 한 축이 환율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 환율방어 완화되나=시장관계자들은 최근 정부가 강경일변도의 환율정책에서 조금 물러서는 듯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NDF규제로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한데다 서방7개국(G7)회담을 앞 둔 민감한 시기여서 시장개입에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달러약세`를 대세로 인정한다면 결국 정부도 환율하락을 용인할 수 밖에 없다”며 “유가상승으로 물가도 부담이 되는 만큼 일정기간 방어선을 설정해 놓고 개입의 강도를 점차 늦추는 `계단식 환율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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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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