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붕어빵 아줌마' 제야의 종 친다

자투리 동전을 모아 불우이웃을 도와온 충북 영동의 ‘붕어빵’ 아주머니가 연말 서울 보신각에서 제야(除夜)의 종을 치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영동읍 계산리 중앙시장 입구에서 붕어빵을 파는 이문희(47) 씨. 9년째 이곳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팔아온 이 씨는 매년 연말이면 영동읍 사무소에 찾아가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묵직한 돼지저금통을 내놓았다. 영동읍 사무소는 올해도 그녀가 맡긴 돼지저금통에 담긴 54만500원으로 20㎏짜리쌀 14포대를 사서 혼자 사는 노인 가정 등에 나눠줬다. 이 씨가 ‘아름다운 기부’에 나선 것은 9년 전 농한기 반찬 값이라도 벌 요량으로 붕어빵 장사에 나선 게 계기가 됐다. 매일 읍내 장터에 가게 된 이 씨는 그곳에서 만난 숱한 사람 중에는 아직도 끼니 걱정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그때부터 매일 500원짜리 동전 2∼3개씩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씨는 “생활이 넉넉지 않아 큰돈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행을 실천한다는 각오로 동전을 모았다”며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닌 데 선행시민으로 추천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가하라는 초청을 받고 망설였는데 아들과 딸이 ‘가문의 영광’이라며 너무나 반가워 했다”며 “쑥스럽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로 기억되도록 기꺼이 타종식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박희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