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13일] 녹색성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녹색의 시대다. 굴뚝의 시커먼 연기와 불도저의 굉음으로 희뿌옇게 변해버린 회색의 시대에서 온통 그린(green), 그린을 외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천명하자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국민포럼이 발족하고 기업들도 업종을 막론하고 녹색경영을 표방하며 이산화탄소(CO2) 저감시스템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녹색이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기업간 협력시스템 강화 하지만 녹색비전은 아직은 정부주도의 선언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모호해 보인다. 정부 부처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 최근의 금융위기로 정부정책과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녹색성장이 가능하려면 정부ㆍ기업ㆍ시민사회ㆍ연구기관ㆍ국제사회 등 다차원의 정책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구축돼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시대적 흐름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전략과 시민들의 소비행태, 그리고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생활습관 전반에 걸친 전면적인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기업ㆍ연구기관 간의 협력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정부 내에서는 총리실ㆍ지식경제부ㆍ국토해양부ㆍ환경부 등으로 산재돼 있는 정책추진주체 간의 네트워크가 보다 공고해져야 한다. 정책주도권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녹색성장은 탄력을 받기 어렵다. 기업이 녹색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자발적으로 CO2 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녹색성장의 근간이 되는 핵심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지구적 환경이슈에 대한 학계 및 연구기관과의 정보교류와 연계망 구축을 통한 협력시스템도 원활하게 작동돼야 한다. 이와 함께 녹색성장을 위한 궁극적인 동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와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녹색성장전략은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수식어나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국내 주요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과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CO2 줄이기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소비행태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활동과 연계돼야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동력이 절실한데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은 ‘녹색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성장 패러다임에 갇혀 있고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0기를 새로 지어 원전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59%로 확대하겠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녹색정신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구체적 실행계획·성장전략 마련을 녹색성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내에서의 정책 네트워크 구축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에도 관심을 쏟아야 지속가능한 세계를 영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이산화탄소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녹색경쟁력 지수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녹색의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는 이제부터 국민과 기업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국제사회의 신뢰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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