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통합 삼성물산 1일 출범] 전자 지배력 강화·중복사업 정리·바이오 육성… '변신' 속도낸다

전자 지분 확보 위한 '인적 분할론' 꾸준히 나와

삼성물산 건설부문 재편·정밀화학 매각 가능성

'바이오 이재용체제 첫 성과물' 임직원 공부 열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이 9월1일 공식 출범한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삼성물산은 1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출범식을 열고 2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한편 회사 비전과 주주친화정책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삼성물산 출범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NEW) 삼성'의 밑그림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30일 "이 부회장이 그동안 구상해온 삼성의 변신이 회사 출범을 계기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통합 삼성물산의 출범은 삼성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측면에서 창사 이후 가장 큰 분기점 중 하나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르면 연말께 이재용 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만큼 통합 삼성물산의 성패는 이재용 체제의 성패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게 최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막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4.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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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팎에서 삼성전자 인적분할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를 사업 부문과 지주 부문으로 분할하고 지주 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그 합병 비율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분할론의 핵심 골자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런 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삼성물산 통합에 따라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경영체계를 이미 갖췄다는 것이다. 삼성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는 수십조원의 자금이 들어가지만 실효성은 낮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지배구조보다 경영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복사업 정리 속도 낼 듯=회사 경영 측면에서 보면 중복사업 정리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내부적으로 보면 사업부별로 건설사업이 중복돼 있어 어떤 식으로든 정리작업이 필요하다. 김봉영 사장이 이끄는 리조트·건설 부문과 최치훈 사장이 이끄는 건설 부문의 업무 영역이 당장 겹쳐 있다. 재무 및 IR 분야 등에서도 교통정리가 예상된다.

그룹 전체로 보면 최근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이 사업부와 삼성BP화학 지분을 맞교환하는 등 화학 계열사 구조조정 작업이 다시 한 번 시동을 걸었다. 삼성그룹은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정밀화학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저유가 등으로 인해 글로벌 플랜트 경기 침체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도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양사는 지난해 합병을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4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자재 구입에서 상당한 중복 요인이 있어 통합 구매만 실시해도 연간 1,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다.

◇바이오 사업 '1호 성과'로 키운다=최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바이오 사업 '열공' 바람이 불고 있다. 그만큼 바이오에 대한 이 부회장의 관심이 크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 최일선에 나선 뒤 1호 성과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바로 바이오 사업"이라며 "바이오 관련 인원도 그만큼 충원될 가능성이 커 촉각을 기울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바이오 분야의 매출을 2020년 1조8,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장을 통해 10억달러를 유치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로직스는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으로 바이오에피스를 거느리고 있지만 실제 핵심 기술은 바이오에피스가 갖고 있어 점차 기업 가치가 역전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양사를 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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