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서 미국·유럽으로… 채권 대신 주식… 장기보단 단기채

■ 글로벌 자금 메가시프트 7대 트렌드<br>상품시장서 탈출 행렬<br>중동·阿 틈새국가 각광<br>일본 자금유입은 시들


최근 신흥국의 통화ㆍ채권ㆍ주식 가격 등이 동시에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의 메가시프트(mega-shift)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실시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 2009년 미국 등 선진국의 대대적인 양적완화 이후 4년 만에 글로벌 자금의 이동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연준의 출구전략 외에 신흥국의 경기둔화 지속, 달러화 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도 자금흐름의 급변동을 가속화하는 구조적인 요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에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상품시장에서 탈출하는 한편 출구전략 우려로 ▦채권보다 주식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의 눈치보기 장세를 보이면서 ▦유로존 ▦미국 단기국채 ▦중동ㆍ아프리카 등이 당분간 틈새시장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에 따른 자금유출 움직임도 글로벌 자금의 7대 메가트렌드로 꼽았다.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구전략 가능성에다 그동안 가려졌던 신흥국 경기둔화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달 9%의 응답자가 신흥국 주식 투자비중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2009년 이래 이 항목에서 비중축소 응답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는 BOA가 5,7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190명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매월 실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은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25%는 미국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13개월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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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이동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이번 조사에서 50%의 응답자가 6월 채권 투자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약 2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에 미국 국채는 물론 전세계 국채 가격이 급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8%에 달해 전달의 41%에서 급증했다.

아울러 상품시장에서는 자금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BOA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만이 원자재에 투자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가 실시된 2006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막대한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갈 곳 잃은 자금, 단기시장 기웃=하지만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틈새시장을 물색하는 자금도 늘고 있다. 미국 경기 역시 회복세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국제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준의 출구전략 실시 가능성에 미국 장기국채를 팔면서 단기국채는 사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과 달리 3개월물 국채금리는 3월 말 0.09%까지 치솟았으나 18일 0.042%로 반토막 났다. 1개월물도 3월에는 0.1%를 상회했으나 18일 0.0325%까지 추락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가격하락)하자 안정적이면서도 현금화가 빠른 단기국채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침체에도 유럽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BOA 조사에 따르면 유로존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이달에 6%였다. 지난달 조사에서 8%의 응답자가 투자비중을 축소했다고 응답한 데서 급반전한 것이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가 수그러든데다 내년에는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유로화 가치는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ㆍ인도 등 전통적 신흥국이 출구전략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중동ㆍ아프리카 등 틈새 신흥국으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이 지역으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달 6억5,500만달러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 타진 이후 전통 신흥국에서 기록적인 자금유출이 이뤄진 데 비하면 대조적이다.

한편 일본으로의 자금유입은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BOA 조사에서 지난달 일본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했다는 응답자는 31%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비중이 17%로 줄었다. 응답자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발표한 이른바 '세 가지 화살'의 실패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테일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테일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이 낮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실화할 경우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위험을 말한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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