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 위기 때 투매, 되레 시장 불안 키웠다"

한은, 투자행태 분석


“기관투자자가 시장 패닉을 더 키운다.

■한은 보고서 비판

2008년 이후 행태 분석결과 폭탄세일로 불안감 앞장서


공적연금, 생명보험, 투자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통상 경기 변동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증분석 결과, 위기 발생 시 일반 투자자와 같이 위험자산 비중을 대폭 줄이고 안전자산을 매수하는 것으로 한국은행 분석 결과 드러났다. 진득한 투자로 위기 시 ‘범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기관투자자이지만 실제로는 위험자산 투매(fire sale)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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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강원 한은 금융안정국 차장은 ‘우리나라 기관투자가의 경기순응성 분석’ 에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전후 기관투자자의 투자 행태를 분석한 결과 위험자산을 투매하고 안전자산을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투자운용사였다. 2008년 3·4분기 투자액의 56.5%를 위험자산에 몰아뒀지만 4·4분기 49.3%로 5%포인트 이상 줄였다. 대신 안전자산 투자 비중은 29.3%에서 35.9%로 늘렸다. 공적연금도 같은 기간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38.9%에서 35.9%로 줄였다. 전체적으로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42.7%에서 38.9%로 낮아졌으며 반대로 안전자산 비중은 38.3%에서 41.5%로 올랐다. 위험자산에는 주식, 위험채권 등이 포함되며 안전자산은 현금, 예금, 안전 채권 등이 속한다.

2008∼2009년을 통틀어 봤을 때도 기관투자자의 위험자산 투자비중은 경기변동과 뚜렷한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경기가 좋아지면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나빠지면 돈을 뺐다는 의미다.

이 차장은 “충격이 올 경우,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갑작스러운 투자행태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투자가의 경기순응성을 줄이려면 단기 성과 위주의 평가방식을 장기로 바꾸는 유인체계를 만들고 자본규제 시 경기순응성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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