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G20 앞둬 당국 개입 한계… "하락 지속"

환율 단기 버팀목 1,150원선 붕괴<br>미·중 환율전쟁 격화속 정부 입지 좁아져<br>"1,100원 깨지면 가파른 내림세 가능성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22일자 칼럼에서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평가 절하된 통화"라고 지목하면서 "한국의 외환 당국은 원화 절상을 저지하고자 사전 공지 없이 외환 당국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국은 이 신문이 우리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터라 '본연의 색깔'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보면서도, 기사의 시점에 대해서는 잔뜩 신경을 쓰는 눈치다. 강대국간의 환율 전쟁이 점입가경이고, 더욱이 미국 정부가 아시아 국가들의 대규모 흑자와 이를 유지하는 고환율을 타깃으로 하는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환율 전쟁에 조금이라도 휘말릴 경우 우리 정부의 입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과거와 같은 미세조정(스무딩오퍼세이션)조차도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 놓았다. ◇고민 커지는 외환 당국…일단은 공기업이 막아줬는데=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 버팀목으로 일컬어지던 달러당 1,150원 아래로 힘없이 내려 앉았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7원 내린 1,148원20전. 지난 5월18일 이후 처음 1,140원대 기록이었다.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속에서 이어지는 달러 약세와 9월 들어 3조원을 훌쩍 넘긴 외국인들의 달러 매수, 이달 30억 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이는 무역수지 흑자 등, 시장에는 원화 강세 요인이 즐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역외 세력까지 장 초반부터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섰다. 그나마 가파른 하향 곡선을 막아 준 것은 공기업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을 제어한 것이다. 한수원은 환헤지 용도로 5억 달러 가량의 선물환을 매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도 영국 석유회사인 다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수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외환 당국으로서는 공기업을 환율 방어를 위한 '1차 방어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당국, "표나지 않게 개입 …하락 흐름 역류는 불가"= 공기업이 가파른 내림 곡선을 막아줬다지만, 금방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환 당국이 어떻게든 소리 없이 '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외환 당국은 최근 15거래일 중 절반이 넘는 8거래일간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개입의 강도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을 정도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G20 때문이라도 정말 표시 안 나게 버텨야 할 시점"이라며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개입했다가는 안팎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당국이 개입을 포기하는 일이 없겠지만, 하락의 흐름 자체를 역류하는 일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런 모습은 단기적으로 환율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한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기술적으로 볼 때 1,135원이 1차 지지선이 되겠지만 연초 저점인 1,120원까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전망'일 뿐이고, 지금의 기조가 계속될 경우 하락의 흐름은 의외로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당국의 개입에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마의 1,100원'이 깨질 경우 1,000원을 향해 줄달음칠 가능성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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