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치권의 '깜깜이' 예산·세법 심의


24일 국회 본관 6층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실. 정부가 제출한 376조원의 새해 예산안 중 그동안 감액작업을 하며 언론에 제한적으로 공개됐던 회의장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날부터 이학재 새누리당 간사,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모처에서 보류·증액 사업에 대한 담판에 들어간 것이다. 예년과 같이 그 장소는 물론 공개되지 않았다. 여야와 기획재정부 측(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 송언석 예산실장 등)이 '깜깜이' 심사에 돌입한 것이다. 한 예산소위 위원은 "감액작업은 국민들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예산소위는 앞서 상임위에서 넘어온 감액·증액 예산 중 감액예산은 대부분 채택하거나 일부 보류하며 이를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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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심사는 아예 처음부터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회 본관 4층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회의실은 언론에 아예 철옹성이다. 실제 기자가 조세소위 회의장을 잠시 취재할 때 갑자기 "언론사 안 계시죠(강석훈 조세소위원장)"라는 말이 나온 뒤 김 모 새누리당 의원이 기자에게 "여기 왜 있느냐. 심사자료도 수거하라"라는 취지로 몰아붙이며 나가라고 요구했다. 여야가 기재부(주형환 제 1차관, 문창용 세제실장 등)와 같이 세법을 심의할 때 누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언론에 그 민낯을 공개하기 싫다는 얘기다. 한 조세소위 위원은 "국회법상 전체회의는 물론 소위도 공개가 원칙이나 여야 합의시 기자의 방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예산과 세법 심의가 밀실에서 이뤄지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물론 실세들의 지역 민원 등을 담은 쪽지·카톡·문자 예산이 기승을 부리고 세법 논의 또한 왜곡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수가 덜 걷히고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출예산과 세입예산이 밀실에서 논의되면 아무래도 국민의 눈높이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고받기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담뱃세, 법인세, 종교인 과세 등 쟁점 세법이나 누리과정,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복지예산 등 국민들의 관심이 큰 분야 역시 모두 여야의 정치적 타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빅딜(주고받기식 큰 거래)설이 난무해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야가 "30일까지 합의가 안되면 (정부안대로) 12월2일 단독처리(새누리당)" "합의처리가 국민명령, 강행처리는 파국(새정치연합)"이라며 기 싸움에 몰두할 게 아니라 예산·세법 심의과정을 소상히 공개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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