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간에도 현금보유 규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세계 기업 중 상위 3분의1이 쌓아놓은 현금만 2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1200지수에 편입된 비금융회사 975곳의 현금보유 규모는 지난 2007년 1조9,500억달러에서 62% 늘어난 3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현금 25억달러 이상을 가진 32%의 현금보유 규모는 2조8,000억달러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기업별로는 애플이 1,468억달러로 보유현금이 가장 많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가 807억달러, 구글이 565억달러 등으로 뒤를 따랐다. 삼성전자는 490억달러로 5위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난해 3·4분기 기준 7,750억달러로 가장 많이 보유했고 이어 소비재·제조업·헬스케어·에너지 분야 순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투자 대신 방어에 주력했기 때문인데 FT는 "주가폭등, 경기 회복세 등으로 기업들이 인수합병(M&A)·자본투자(Capex)·배당 등 지출에 나설 환경이 조성됐는데도 현금만 계속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대기업이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면서 기업 간 자산양극화 경향도 드러난다. 이언 맥밀런 딜로이트 M&A 부문 책임자는 "올해 설비투자나 거래성사를 통한 경기회복 추세가 본격화할지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소수 기업의 의사결정에 달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업들이 현금뭉치를 투자에 풀어 경기회복에 기여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기업들이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경기회복세에 맞춰 현금보유 비율을 조정했다면 모두 9,000억달러가 더 투자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최근 발표한 투자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는 기업 투자가 부족하다고 밝혔으며 59%가 쌓아둔 현금으로 자본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호세 리나레스 JP모건 글로벌기업금융 부문 책임자는 "기업들도 이제 탄탄해진 현금 상황과 대차대조표로 (투자 등)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