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이 치러진 이래 처음으로 여성 사법연수생 자치회장이 탄생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제44회 사법고시 관문을 통과한 박춘희(49)씨. 사법연수생 가운데 최연장자가 자치회장을 맡아온 전례에 따라 34기 대표를 맡게 됐다.
자치회장은 대외적으로 972명의 연수생을 대표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도 동기들을 위해 궂은일 마다할 수 없는 자리. 따라서 여성이 자치회장을 맡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는 사회 경험과 활달한 성격 덕분에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유난히 따르는 동기들이 많아 회장감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게 연수원 관계자들의 평가다.
박씨는 “연수원 교육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검찰과 법원의 서열문화는 연수원 시절의 `시험 성적`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연수원부터 바뀌어야 근본적인 사법개혁이 가능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대 의류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박씨는 지난 80년 결혼 이후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을 살다가 88년 슬하에 1남1녀를 둔 상황에서 남편과 헤어진 뒤 음식점을 차려 생업을 꾸리기도 했다.
결국 아이들을 시댁에 맡겨둔 채 37세의 나이에 사시에 도전, 2차 시험에만 다섯차례나 고배를 마시는 등 12년 만에 합격했다.
박씨는 “한달에 한 번씩 링거를 맞아야 했지만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며 “연수원 수료후 어린이나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변호사로 근무하면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대형로펌을 설립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